"3년 전에 산 아파트, 2배 뛰면 뭐하나요"…집주인들 '난감'

입력 2022-06-13 07:04   수정 2022-06-13 07:13


"3년 전 이 동네 아파트를 매수해 잘 살고 있습니다. 가격도 두배가량 올라서 마음 한편이 든든하기도 하고요. 최근 아이 학교 문제로 갈아타기를 알아보고 있지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집을 내놓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 사겠다는 사람은커녕 보러 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답답할 따름입니다."(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씨)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거주 1주택자들은 자녀가 커가면서 집을 넓히거나 학군 등을 고려해 지역을 이동하기 위해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집을 내놓아도 보러 오는 매수자가 없다보니 이동이 쉽지 않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기준 1418건으로 전월 1746건보다 328건(18.78%) 줄어들었다.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었던 지난 2월(814건)보다는 많이 늘어났지만, 작년 5월 4901건보다는 3483건(71.06%) 급감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4962건을 기록해 전월(6673건)보다 1711건(25.64%) 줄어들었다. 지난해 5월엔 1만5171건에 달했는데 이보다는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최씨의 경우 양주에서 3억원 정도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고, 지난해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열풍에 6억7000만원까지 실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들어 호가가 떨어진데다 같은 면적에서 거래가 아예 나오지도 않은 상태다.

양주시 옥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매수를 위해 찾는 수요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매수자들은 급매 수준으로 물건이 나와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히지 않아 가격을 시세보다 많이 낮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엔 기준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대출 금리가 덩달아 따라 오르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대출받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하락 거래도 나오다 보니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면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리한 갈아타기로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갈아타기 등으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잔금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기존 집을 처분하지 않고 먼저 이사 온 한 실수요자는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기존 집을) 시세보다 크게 낮춰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거래 절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갈아타기 수요자들은 웬만하면 기존 집을 매도하는 시점과 이사 갈 집의 매수 시점을 잘 맞춰 이사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무리하지 말고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편 수도권 아파트 매수 심리는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89.4로 지난 3월 마지막 주(28일) 89.1을 기록한 이후 10주 만에 다시 80대로 내려왔다. 경기도 매매수급지수는 91.7, 인천 매매수급지수는 92.3으로 서울보단 높지만,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단 뜻이다.

당분간 거래절벽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매도 계획이 있는지를 질문에 58.2%가 '없다'고 응답했다. 주택 매도 계획이 없는 이유는 '실거주(1가구 1주택)나 주택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가 56.8%로 가장 많았다.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지켜보려고(15.6%)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변화를 지켜보려고(11.7%) △투자 목적 계속 보유(9.8%) △종부세, 재산세 등 세금 완화 기대(5.0%) 순이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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