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적자 탈출 키워드는 '디지털·시니어교육'

입력 2022-06-12 16:30   수정 2022-06-13 00:18

학습지 ‘눈높이’로 알려진 교육기업 대교가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오프라인 학습지에 쏠린 기존 사업구조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노인 대상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눈높이 회원 4년 새 30% 감소
학령인구 감소는 모든 교육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지만, 대교가 입은 충격은 유독 컸다. 유아와 초등학생 대상 학습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대교 매출 중 80.6%는 눈높이 학습지에서 나왔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눈높이 회원은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30%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습지 시장의 비대면·디지털화가 가속화한 점도 대교엔 큰 타격이었다. 방문교사와 러닝센터 등 오프라인 중심 학습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높이 외에 중국어 학습지 ‘차이홍’, 그룹 수업 방식의 독서 논술 프로그램 ‘솔루니’ 등이 이런 방식이다.

대교는 경쟁사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작 자체는 교육업체 중 가장 빠른 편이었다. 대교는 2014년부터 스마트 교육 브랜드 ‘써밋중등수학’을 운영했다. 학생의 오답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바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 대교는 2018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전용 디지털 학습기기 개발을 완료했고, 본격적으로 써밋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태현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며 인터넷·통신 사교육비가 급증했고 비대면이 활성화하며 학원 등도 빠르게 온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교는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써밋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대응이 느린 편”이라고 평가했다.

사업 개편 통한 실적 개선 기대
대교는 이런 위기 속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에듀테크 열풍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분야 투자 비용을 늘리고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20년에는 회원별로 최적화한 학습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석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기업 라이브데이터 지분 39.2%를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자연어처리 특허기술을 보유한 기업 투블럭AI 지분 20%를 획득했고 마블러스, 디피니션과 같은 기업에도 투자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도 120명까지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빅데이터·플랫폼 전문가’로 꼽히는 김승우 전 줌인터넷 대표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선임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핵심 임원이 대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됐기 때문에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노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대교는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목적에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업, 노인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업 등을 추가했다. 지난 1월 데이케어센터 광명점, 4월 분당점을 열었고 올해 안에 직영점을 6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인지능력 프로그램인 ‘브레인 트레이닝 키트’도 선보였다.

다만 체질 개선이 실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교는 지난해 영업적자 283억원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63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7619억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사업구조 개편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이 가시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광고비 집행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개발비 증가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률 개선 폭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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