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2일 배우 송강호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브로커’를 관람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일반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즐겼다. 관람 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영화인들을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를 찾아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브로커는 미혼모나 미혼부가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암거래하려는 두 남자와 아기를 되찾으러 왔다가 두 남자와 동행하는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가수 아이유) 등이 출연했다. 브로커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 대통령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서가 아니고,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그런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감상을 밝혔다. 취임 후 시민들과 자주 접촉하는 데 대해선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의 모습을 좀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송강호가 출연한 작품 ‘변호인’을 보고 깊이 감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한 매체가 공개한 녹취에서 “(윤 대통령이) 노무현 영화를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세 명의 대통령이 직접 영화관에서 출연작을 본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서울 을지로에서 영화 ‘괴물’을 관람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봤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보기 위해 김정숙 여사와 함께 극장을 찾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영화 관람은 통치 철학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윤제균 감독과 배우 황정민에게 “감동적인 영화 정말 잘 봤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영화다.
문 전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으로 3주 연속 윤 대통령과 주말 행사에 함께 참여한다. 그동안 ‘조용한 내조’를 강조해왔으나 공개 행보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현충일에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옆에 앉아 빗물이 떨어진 양복을 닦아주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후 중앙보훈병원에도 함께 가서 국가유공자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오는 19일에도 대통령실에서 용산 주민들을 함께 맞는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해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을 초대해 집들이 행사를 여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주민맞이 행사는 19일까지 열리는 용산 공원 시범 개방 행사와 용산 집무실 리모델링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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