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당연필, 민도희

입력 2022-06-14 14:17   수정 2022-06-14 15:23


[이진주 기자] 배우 민도희를 보고 있노라면 몽당연필이 떠오른다. 오래 쓰는 만큼 닳아 짧아지지만 묵묵히 제 일을 하는 데 애착이 깊어지는 필기구 말이다. 그런가 하면 당당하게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夢當緣必)는 사자성어도 그의 귀추를 닮았다.

“제 연기를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자체만으로 행복해요. 찬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연 작품이나 배역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해주실 때면 그간의 고생과 노력이 보람으로 다가오면서 동시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벌써 10년이라는 내공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태도는 초심 그대로였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유한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통해 끊임없는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대중에게 바라는 마음은 소박하고 천진해 보였다.

Q. 2015년에 찍은 화보가 팬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좋더라고요. 해서 이번에는 색다른 느낌으로 풍선껌을 불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웃음).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웃음).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네요. 저번에는 잘 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오랜만의 촬영이라 긴장됐는데 덕분에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기다려져요”

Q. 당시 인터뷰에 풋풋한 매력이 느껴져서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특히 연애 관련 질문에 ‘기자님들께 현장을 들키고 싶은 1인이다’라는 답변을 보고 빵 터졌지 뭐예요(웃음). 오늘도 유쾌하고 솔직한 입담 기대해 봐도 될까요?

“하하. 그럼요. 늘 그렇듯 솔직하게 응해볼게요”

Q. 얼마 전 디즈니+ 오리지널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하 ‘너나경’)이 종영했어요. 글로벌을 무대로 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설렘도 긴장도 동반됐을 것 같아요.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남았어요. 아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탓에 작품을 끝낼 때면 아쉬움의 감정이 제일 앞서는 것 같아요. 그래도 ‘너나경’을 촬영하면서 또래 배우들과 고생도 많이 하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서 감사함도 커요”

Q. 과학고 출신의 ‘우주영’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재미있거나 혹은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 과학고 출신이라는 설정을 알고는 부담이 앞섰어요. 전혀 접해본 적 없는 분야거든요. 한번은 친구들 앞에서 드론을 조립하는데 서투른 탓에 NG를 좀 많이 냈어요. 대사 하랴 순서대로 설치하랴 땀 좀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래도 다행히 작가님께서 주영이를 생각보다 편하고 친근하게 그려주셔서 역할을 소화하는 데 크게 걱정은 없었어요”

Q. 8인 8색의 인물들이 나온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함께하며 즐거운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또래 8명과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어요. 학교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다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항상 만나면 떠들고 장난치느라 종종 스태프분들께 눈총을 사기도 했어요. 죄송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 현장이었어요”

Q. 캠퍼스물에서 활약하려면 그만큼 동안 외모가 뒤따라줘야 하잖아요. 나만의 미모 유지 비결이 있을까요?

“근래 들어서 내가 학생 역할을 맡아도 될까 싶은 마음이 점점 들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캐릭터적으로 믿고 맡겨주시는 것 같아서 오래 소화할 수 있도록 열심히 피부관리랑 운동을 하면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반면 학생 역할이나 사투리를 구사하는 캐릭터에 국한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요?"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배우 생활은 긴 여정이라고 생각해서 멀리 보려고 해요. 또 대중들이 저를 떠올려주실 때 어떤 분명한 이미지가 함께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향후에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고 잘 준비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Q.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배역이 있을까요?

“그동안 성격이 밝거나 센 역할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조금은 차분한 캐릭터도 만나보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액션물도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어요”

Q. 개인적으로 민도희가 풀어내는 내면 연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저 또한 연기로 풀어내고 싶은 모습들이 많아서 앞으로 다양한 기회들이 오길 바라요. 우선 해당 인물에 공감하기 위해 생각의 가지를 친 다음 제 나름대로 이해한 방식으로 표현해볼 것 같아요”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누가 있어요?

“조정석 선배님과 서현진 선배님이요. 팬심이기도 하지만 직접 보면서 배우고 느껴보고 싶어요”

Q. 한편 SNS는 인싸 재질이던데 집순이 성향이 강하다고요. 집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전형적인 집순이예요(웃음). 유독 집에서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휴일에는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강아지랑 산책을 하고 영화나 책을 봐요. 특별한 건 없지만 편안해서 좋아요”

Q. 반려견 몽구는 어떤 친구예요? 표정만 봐도 한 애교할 것 같던데(웃음).

“애교도 많고 사랑둥이 그 자체예요. 너무 귀여워서 7년째 심장이 아파요(웃음). 존재만으로 행복을 주는 고마운 친구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라요”

Q. 주인과 반려동물은 서로 닮아간다잖아요. 가끔 몽구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나요?

“주변에서는 저희 얼굴이 서로 닮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또 몽구가 강아지답지 않게 누워서 자는 편인데, 가족들은 제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거라며 한소리하기도 해요. 하하”


Q. 파이팅 넘치는 운동 인증샷도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최근에 빠진 운동은 뭐예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볼까 고민 중인데 꾸준하게 하는 운동은 필라테스랑 등산이에요. (등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아하는 거지 잘 타는 건 아니에요. 고비가 올 때도 있지만 오르면서 마주하는 자연이랑 등산하는 분들의 에너지가 좋아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가장 즐겨 찾는 산은 어디예요?

“관악산, 북한산을 좋아해요. 서울 위주로만 다녔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실력을 키워서 다양하게 도전해 보려고요. 그때 만난 절경들을 SNS에 공유해볼게요(웃음)”

Q. 또 국경일이면 꾸준하게 태극기 사진이 올라오더라고요. 잊지 않고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더욱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실천하지 못하기도 해요. 역사 관련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서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Q. 실제로 보니 더 아담해서 놀랐어요. 소문난 옷쟁이던데 쇼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어요?

“소문난 옷쟁이는 과분한 이야기 같아요. 체구가 작아서 사이즈가 맞는 옷을 단번에 구매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체로 입어보고 사거나 수선을 해서 입는 편이에요”

Q. 요즘의 고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30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보니 제2의 사춘기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지금의 나이에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해줘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고 해요.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앞서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지켜내다 보면 어떤 고민이든 조금은 나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스트레스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사실 시간만 한 게 없죠. 또 스트레스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 게 제일인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서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이 깊어지는 편인데 결국에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애써 되짚어보지 않으려고 해요”

Q. 배우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모두에게 인정받는 동시에 다음이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벌써 6월이에요.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따금 공백기도 있다 보니 기다리는 팬들을 생각하면 항상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아직 정확한 건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차케이
스타일리스트: 정혜영
의상: SI(씨), 유니스디자인
볼캡: 마이딥블루메모리즈
헤어: 주다흰(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메이크업: 이은솔(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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