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고갈 배 없어요"…인천항에 수출 중고차 쌓여간다

입력 2022-06-13 17:45   수정 2022-06-14 00:32


국내 중고차 수출 물동량의 90%를 처리하고 있는 인천항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차량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중고차 선적이 늦어지면서 수출 실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파업까지 발생해 중고차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첨단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도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수출 물량, 전년 대비 23% 감소
13일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고차 수출량은 총 15만3711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423대에 비해 23.3% 줄었다. 올해 1월 3만1426대를 수출해 전년 같은 기간의 3만1303대보다 0.39% 줄어들면서 감소세가 시작됐다. 3월에는 전년 3만9980대에서 3만3144대(-17%)로 줄어들더니, 지난달에는 전년 5만30대에 비해 37.7%나 급감한 3만1165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총 수출 물량 43만 대 초과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중고차 수출업계의 전망이다.

중고차 수출량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돼 선박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올해 1~3월에는 월 300~400대가량 수출했지만 지난달에는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100여 대만 내보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육상 차량 이송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육상 물류에 필요한 화물차를 확보하지 못해 육지·바다 모두 비상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항만공사(IPA)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선사의 선박 80여 척이 동시에 폐선 처리되면서 선박 부족 현상이 심해졌다”며 “올해 하반기 신규 선박들이 운항을 시작하면 중고차 수출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시급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철강·시멘트 등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IPA가 추진하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도 삐걱대고 있다. IPA는 지난해 말 한국중고차수출서비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최종 계약을 맺지 못했다. 컨소시엄 측이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사업을 포기했다는 게 IPA 측 설명이다.

스마트 오토밸리는 중고차 업체를 한곳에 모아 판매부터 정비·상담·통관까지 원스톱 수출이 이뤄지는 집적화 단지다. 현재는 인천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 공터에서 국내 수출업체와 해외 바이어들이 장마당 방식으로 수출 협상을 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해광 전국중고자동차수출단지협의회 회장은 “26만㎡(약 8만 평) 규모의 옥련동 수출단지에 화장실이 한 개밖에 없다”며 “물건 도난과 파손 방지, 열악한 전기시설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IPA 관계자는 “오는 9~10월께 스마트 오토밸리의 새로운 사업자를 모집하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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