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전면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전국 중3·고2 학생 중 3%만 표본으로 뽑아 평가했지만, 앞으론 학교가 원한다면 초3부터 고2까지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전국단위 시험을 폐지했던 교육당국이 태세를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2024년엔 초3~고2 모두 평가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기존에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던 초6도 올해부터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평가 대상 학년 중 전국에서 3%만 뽑아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신청한 학교의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평가 대상 학년은 단계적으로 늘린다. 내년에는 고1·초5를 포함하고 2024년에는 초3부터 고2까지 9개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전수방식으로 치렀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초등학생은 평가에서 제외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017년 전국 3% 표집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학생 줄 세우기”라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학습결손 해소가 우선”
교육당국이 전국단위 시험 확대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비대면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국어·영어·수학 등 모든 과목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성취도는 우수학력(4수준), 보통학력(3수준), 기초학력(2수준), 기초학력 미달(1수준)로 분류된다. 고2 국어 과목은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64.3%로 전년보다 5.5%포인트 낮아졌는데, 이는 표집평가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을 받은 중학생은 7.1%, 고등학생은 9.9%였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11.6%, 14.2%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2 영어 기초 미달 비율도 2017년 3.6%에서 작년 9.8%로 약 세 배로 늘었다.
교총 “국가 차원 진단 필요”
기초학력 문제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학력평가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은 탓에 기초 학력이 떨어졌다며 일제히 ‘학력평가 확대’를 주장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혁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평가도 숙제도 없는 교육이 시행됐다”며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늘릴 것”이라고 공약했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 교원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사실상 초등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진단을 통한 줄 세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력은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소양이라는 점에서 기본권”이라며 “기본권 보장이 교육감, 학교 희망에 따라 들쭉날쭉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일관되고 객관적인 학력 진단·지원체계 구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예린/최만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