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공기관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5년 내리 1000명 이상의 직원을 뽑았다. 최근 5년 입사자는 5524명으로 현재 인원(지난해 말 기준)의 36.5%에 달한다. 근로복지공단도 5년 동안 3970명을 채용했고, 이는 현재 인원의 53.6% 수준이다. 일부 중소형 공공기관은 이 비율이 60~70%로 치솟는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6년차 미만이라는 의미다.
공공기관 채용 인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시작되면서 새 공공기관이 만들어졌고, 이들 기관은 수천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와 한전MSC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2019년 이후 3년간 각각 6317명, 4973명을 정규직으로 뽑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기존 공공기관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8~2020년 시행한 ‘공공기관 자율정원 조정제도’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기획재정부 승인 없이도 정규직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2020년 3월 제도를 조기 폐지했다.
당시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여한 한 인사는 “공공기관의 인력 팽창 욕구를 견제할 장치가 없어지니 다들 채용 규모를 크게 늘렸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공공기관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전 정부는 또 평가지표에 일자리 창출 항목을 신설하는 등 공공기관장에게 채용 규모를 늘릴 것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실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신규 채용 인력이 갑자기 늘어 혼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워낙 많은 인력을 동시에 채용하다 보니 이들을 적당히 분배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며 “일부 부서는 일을 시작한 지 2~3년밖에 안 된 ‘초짜’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끼리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다. 일부 공공기관 직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견을 개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인력 운용이 방만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미 뽑은 인력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능을 조정하고, 해당 인력을 새로운 자리에 배치하는 등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병욱/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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