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치약·허리띠 들고 분노…"질이 이게 뭐냐"

입력 2022-06-14 18:02   수정 2022-06-14 18: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체 생산된 생필품의 조악한 품질에 언성을 높였다는 정황이 공개됐다.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를 정리하는 기사 '인민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새겨준 의의 깊은 회의'에서 뒷얘기를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들에게 지금 주민들이 쓰고 있는 소비품들을 그대로 사 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회의에 간부들이 가져온 소비품을 손에 들고나와 "소비품의 질은 어떠하든 생산량에만 치중하는 것은 인민들에 대해 그릇된 관점과 당 정책 집행에 대한 요령 주의적 태도로서 당과 인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격해 했고"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책감에 휩싸였다"며 긴장감이 감돌았던 회의장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결론'을 통해 "우리 앞에 나선 경제 과업들 가운데서 급선무는 농사와 소비품 생산"이라며 "'선질후량' 원칙에서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실지 입을 수 있도록 소비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불호령이 떨어지자마자 김덕훈 내각 총리는 평양 시내 경공업 및 상업 부문 여러 곳을 현지요해(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리가 선교편직공장, 평양일용품공장, 평양신발공장을 돌아보면서 "질 좋은 소비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평양 제1 백화점과 서평양백화점을 찾아 "인민들의 물질적 복리를 증진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이처럼 생필품의 질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민생고에 허덕이는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에 통일부는 지난 11일 전원회의 평가 자료에서 북한이 경공업을 강조한 것은 생필품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재자원화와 국산화 언급 없었던 만큼 하반기 대외무역을 통한 원부자재를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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