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우동3구역, 성남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 등 부산과 경기 성남 일대 핵심 정비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시공사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 규모가 1조원 안팎으로 커 예전 같으면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질 법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공사비와 조합의 무리한 요구, 법적 분쟁 가능성 등이 얽혀 있어 대형 건설사들조차 입찰을 꺼리고 있다.
기존 시공사인 HDC현산과 계약 해지를 선언한 부산 ‘촉진3구역’도 오는 8월 말 현장설명회를 열어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진구 범전동 일대에 지상 최고 60층 3554가구의 대규모 신축 단지를 짓는 이 사업의 공사비는 1조원이 넘는다. 2017년 HDC현산을 시공사로 정했지만 조합은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를 빌미로 시공사 해지를 결정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관망하는 모양새다. HDC현산이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소송에 따른 복잡한 절차 등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지켜보고만 있다”고 전했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이들 구역의 조합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입찰 조건으로 3.3㎡당 공사비 495만원 이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건설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LH가 제시한 비용을 맞출 수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시공사 선정이 계속 유찰되자 일부 조합은 공사비를 상향 조정하거나 사업기간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넣는 등 입찰 조건을 유연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갈수록 정비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과거처럼 사업 규모만 보고 무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수주권 쟁탈전에 뛰어들기 힘들다”며 “입찰 조건이 일부 수정될 경우 참여를 재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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