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신소재 골프공을 들고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여 만이다. 고탄성 신소재 아토메탈을 골프공에 적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이 회장이 냈다는 게 코오롱그룹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14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골프공 아토맥스 세계 최장 비거리 공식기록 인증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11월 임직원들에게 ‘코오롱을 떠나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지 3년7개월여 만이다. 이날 검정 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이 회장은 임직원 사이에서 풍선을 들고 앉아 행사에 참여했다.
아토맥스는 코오롱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8년 이 회장이 설립한 신소재 계열사 아토메탈테크코리아와 공동으로 개발한 골프공이다. 고탄성·고반발의 특성을 가진 아토메탈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골프공의 중심부인 맨틀층에 넣은 제품이다. 두 회사는 이날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로부터 세계 최장 비거리 인증을 받았다.
아토메탈을 골프공에 적용해보자는 사업 아이디어는 이 회장이 직접 냈다. 연구진이 탄성이 높은 아토메탈로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골프 애호가인 이 회장이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을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인증식에 등장한 거대 아토맥스 골프공에 제일 먼저 서명한 사람도 그였다. 이 회장은 ‘pay4gain’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비거리를 얻고(gain) 싶으면 아토맥스 골프공을 구입하라(pay)는 뜻이다. 그는 “우리 기록을 우리가 계속 깨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길 바란다”며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아토메탈로 만든 아토맥스 골프공은 오는 하반기에 출시된다. 코오롱 관계자는 “타 브랜드 골프공 대비 같은 조건에서 아토맥스는 15~20야드 이상 더 날아갈 수 있다”며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최장 비거리 인증을 받은 경우는 아토맥스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아토메탈은 금속의 원자구조를 불규칙하게 만들어 탄성, 경도, 내마모성 등을 개선한 비정질 합금이다. 철, 크롬 등 다양한 금속을 섞은 뒤 초급속으로 냉각해 결정 간 경계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제조한다. 아토메탈테크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아토메탈 양산 체제를 갖추고 아라미드 생산라인 등에 적용 중이다. 슈퍼섬유라 불리는 아라미드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광케이블과 전기자동차용 타이어 소재 등에 활용된다.
이 회장은 인증식 이후 기자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 회장이 계속 사업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코오롱 관계자는 “한 명의 골퍼로서 조언을 준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