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2차 추가경정예산, 여성 장관 지명…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적지 않았거나, 지금도 찬반양론이 격하게 부딪히는 이슈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중 인기영합주의를 뜻하는 포퓰리즘적 색채가 농후한 정책 내지 국정 방침들이다. 차이점도 있다. 대통령 선거 때부터 준비된 정책이 있는가 하면, 급하게 만들어져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준비된 포퓰리즘으로는 새 여당이 '1호 법안'으로 삼겠다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대표적이다. 중소 제조기업에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대기업 납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온 문제를 새 정부는 확실히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설문에선 2020년 대비 2021년의 원재료 가격이 평균 47.6% 오른 반면, 납품단가는 1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이들 중기(中企)의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수치들만 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의 대부분을 중기가 떠안고 대기업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경쟁시장에서 이뤄지는 사적 계약의 결과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기업도 납품 중기의 부담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원가 절감 노력을 눈물 나게 펼친다. 납품단가 상승 요인을 다 받아주다가 대기업 제품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지금의 제도가 중기중앙회 등의 납품단가 협의 중재 정도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납품단가 '조정제'라면 몰라도, '연동제'가 주는 어감은 확실히 시장 기능을 부정하는 느낌이다. 예상치 못한 온갖 시장 왜곡과 비효율이 양산될 수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근거법인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에 이어 지난주 관련 시행령 개정안까지 입법예고됐다. 오는 8월부터 131개 공공기관에서 노조 추천 등을 거친 1명의 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 역시 대선 과정에서 노동계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 개혁 목소리를 내온 새 정부라면 대선 공약사항이라도 철저히 재점검했어야 옳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관철시키겠다고 하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원칙적 대응을 밝히는 것은 좋지만, 혹시 그 반대급부로 노동계에 노동이사제를 던져주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2차 추경 62조원(초과세수 발생에 따른 이전지출을 빼면 39조원) 밀어붙이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세 자영업자가 숨넘어갈 판"이라고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은 우리 경제 전체가 숨이 멎을 듯한 위기 한복판이다. 물가폭등기에 웬 62조 추경이냐는 반론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란 사람은 "이번 추경은 이전지출인데, 경제학적으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고물가 뒤 저성장과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점에서 경기진작 효과가 거의 없다고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는 추경의 집행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준비 안 된 포퓰리즘은 여성 장관 후보자 지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새 정부는 여성·지역 등의 안배와 할당 없이 능력 위주 인사를 하겠다더니, 외신의 지적에 갑작스레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후보자를 여성으로만 발표했다. 대통령이 "시야가 좁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음에도 느닷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졸속을 의심케 할 만했다. 결국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논란,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받고 있고,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막말 논란에 아파트 갭투기 의혹에 싸여 임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 정부 초기 정책과 인사의 논란을 지켜보면 마치 산술평균을 맞추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동시장 개혁은 해야 하겠기에 노조에 이득이 되는 정책 몇 가지로 노동계를 달래고, 친(親)대기업 인상을 주는 기업 활력 제고책 때문에 중기의 숙원을 하나 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래서 노사 간, 대·중기 간 상생과 화학적 결합, 종국적인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까.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늘리고 젠더갈등을 해소하려면 더욱 치밀하게 준비된 로드맵이 필요할 텐데, 현실은 키높이 맞추듯이 급조되고만 있다.
장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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