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늘 인간을 위협하면서 공존해 왔다.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와 1918년 발생해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21세기 들어서는 사스,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에 이어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까지. 감염병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염병은 많은 수의 사망자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까지 야기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에 더해 감염병에 대처하는 국가 위기관리 체계의 신속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가 설치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대응 연구개발 지원협의체(코로나19협의체)’를 발족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코로나19 협의체의 사무국으로서 모든 사업을 총괄했으며 감염병 관련 정부출연 연구소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력과 의약품 개발에 공조해 왔다.
특히 코로나19처럼 감염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의 전임상시험은 특수시설(BL3/ABL3)에서만 가능한데, 이 같은 인프라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생물안전3등급(BL3)은 외부와 노출되는 생물 재해를 방지해 감염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를 연구할 수 있는 음압형 특수시설이다. 코로나19협의체는 특수시설과 독성평가 인프라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에 집중했다.
그 결과 국내 1호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와 품목 허가신청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재조합백신 ‘GBP510’ 등 총 18개 후보물질이 조기 임상 진입에 성공했다.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는 생명연이 총괄하고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등이 공동으로 협력해 감염병 대응 전임상시험 지원을 수행한다. 특수시설이 필요한 만큼 후보물질 발굴과 소동물(햄스터, 마우스, 페럿 등), 영장류(게잡이, 붉은털원숭이) 동물 모델을 통한 유효성 평가, GLP 독성평가를 통한 안전성 평가 등 전임상 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생명연은 지난 8일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중요한 현안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의 전임상시험을 우선 지원한다. 동시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신·변종 감염병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산학연 기관 대상 전임상시험 지원을 위한 제1차 수요 모집을 공고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수요 기관은 전임상시험 지원 통합관리시스템인 PEMS를 통해 수요 접수→심의→선정→협의→실험→결과 등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전임상 지원을 통해 생산된 감염병 전임상 데이터는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에 모인다. 전임상 빅데이터는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산학연이 활용할 예정이다.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는 수행기관을 더 확대하고 민간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의 협력을 통해 팬데믹에 맞서는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센터 개소를 통해 우리는 감염병 신약 개발 지원 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했다. 계획대로 국가 전임상 지원체계를 고도화한다면 차기 팬데믹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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