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고 실험까지"…넘치는 재고에 골치썩는 패션업계

입력 2022-06-15 14:13   수정 2022-06-15 14:27



‘패션 브랜드 코스(COS) 조거팬츠 50%할인 판매, 갭(GAP) 매대에 쌓여 있는 레깅스'
유통·패션 기업들이 재고자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의류 판매량을 종잡을 수 없어서다. 소비자들은 작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용 스포츠웨어를 사들였다면 올해부터는 출근용 정장과 캐주얼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주문 후 의류를 만드는 ‘무재고’ 실험을 하는 패션업체도 나오고 있다.
재고 ‘0’ 정책펼치는 패션기업
패션기업의 재고 자산이 지난 1년 동안 증가하면서 재고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홀딩스의 재고자산은 작년 1분기 5877억원에서 올 1분기 8654억원으로 47% 증가했다. 매출이 같은 기간 9882억원에서 1조735억으로 8%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재고 자산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속옷업체 BYC의 재고자산도 지난해 1분기 309억원에서 올해 1분기 342억원으로 10% 늘어났다. 매출은 같은 기간 352억원에서 35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패션기업에서 골프웨어나 아웃도어 등 스포츠 관련 의류 라인을 늘리면서 재고자산이 늘었다”고 말했다.

패션산업은 재고자산 증감에 민감한 산업군 중 하나다. 의류는 한 철이 지나고 나면 다시 입을 수 없어 재고 자산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 통상 정상 판매가격에 판매되지 않은 의류들은 아울렛으로 자리를 옮겨 할인 판매하는데, 이마저도 팔리지 않으면 ‘땡처리’ 세일에 들어가거나 폐기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 재고를 할인해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영업이익도 줄어 애초에 재고를 아예 남기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재고’ 시스템을 실험하는 패션기업도 나오고 있다. 아동복 브랜드 ‘라미떼두두’는 주문 후 제작 방식을 활용하는 패션기업 중 하나다. 2~3개월에 한 번씩 주문을 받아 일괄 제작한 뒤 상품을 배송한다. 통상 상품을 받기까지 3~4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캠핑 브랜드인 ‘슬로우피크’는 재고 소진 시 별도의 공지없이 판매를 중단한다. 텐트 재고가 없어 1~2개월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중소 패션 브랜드는 재고 부담을 없애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로 자금을 받아 정해진 수량만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모은 뒤 일정 수량을 생산하고 발송하는 생산 방식이다.

◆재고관리 중요성 더 커져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생활 패턴이 크게 변화하면서 패션업계 내 재고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2위 유통기업 타겟은 지난 1분기 재고 자산이 지난해 대비 43% 증가해 주가가 하루 만에 25% 하락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겟 CEO는 “높은 재고 수준을 포함해 전반적인 운영환경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19 이후 폭발하는 수요에 미리 구매해뒀던 의류와 가구 등은 ‘땡처리’ 상품으로 전락했다. 의류 브랜드 갭도 지난해 생산해 놓은 레깅스 등 에슬레저 의류를 덤핑 세일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상품 판매량을 보수적으로 잡고 재고를 줄이고 있다. 삼성물산,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기업들은 의류를 1차 소량 생산한 뒤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생산 ‘탄력생산’ 방식을 택하고 물량을 줄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즌 상품을 기획하고 소량만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도 의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월 무신사 아울렛을 만들고 재고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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