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여 지났는데 여자친구가 내 애가 태어난 걸 힘들어합니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좋을까요?"
'아내가 출산 후 스트레스? 여자친구가 힘들어한다?' 한 번 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이런 내용의 글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내용인즉슨 한 남성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태어났는지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인 현재 외도 중이며 아내가 아닌 여자친구가 출산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위로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즉 게시자는 불륜남이었던 것.
게시자 A 씨는 "그럼 여자친구에게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댓글에 "그래도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그럴 순 없다"면서 "아내는 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외도 아니냐"는 지적에는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만난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게다가 익명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올 당시 게시자가 재직 중인 회사가 공개돼 파문이 커졌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었던 것.
일각에서는 '글 쓴 시점에서 몇 일 전에 출산했다는 개인정보를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직접 올렸을 리가 없다'면서 불륜 사실을 알고 있는 회사 내 다른 사람이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불륜녀가 남성을 저격하기 위해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졌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은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가 임신 중 부부가 혼인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시기에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있는데 이혼 위기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임신과 출산 기간 아내는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치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면서 "남편은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이 힘들고 위로해야 하는데 일부의 경우 아내와 성관계할 수 없어서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시기에 일부러 늦게 귀가하거나 외박하거나 심지어 외도하는 남편들도 있다"면서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시기에 남편이 처음 외도하게 되었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부간 성관계는 혼인 생활의 중요한 문제다"라며 "그런데 아내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시기에는 신혼 때보다 부부 성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이 시기에 가장 힘든 사람은 당연히 아내일 것이다. 남자들은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얼마나 아내들이 힘들어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적으로 부부는 협조의무가 있다. 남편은 특히 아내가 임신한 기간 모든 일에 잘 협조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남편에게 일방적인 헌신만 바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아내도 남편을 이해하고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기에 이혼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아내와 남편 모두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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