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은 말바꾸기?…파월 Fed 의장의 반박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6-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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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건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5월 FOMC 회의 직후 "75bp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며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FOMC 회의 후 기자들은 파월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뒤집었다며 Fed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말한다. 예컨대 "자이언트 스텝은 적극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지난달 파월 의장의 발언은 포워드 가이던스의 일종이다. Fed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FOMC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14일에서야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장에 지배적으로 퍼졌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이번처럼 Fed의 블랙아웃 기간 중 늦게 데이터를 받게 되고 이러한 데이터로 인해 정책 결정이 바뀌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답했다. Fed 인사들이 통화정책에 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기간 동안 금리 인상 결정에 반영할 중요한 데이터들이 나왔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은 오히려 "올해는 금리 인상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 보고서(김두경·조규환 차장 작성)를 참고해 정리한 파월 의장의 일문일답.

▷5월 FOMC에서 제시한 금리 정책 포워드 가이던스와 달리 이번에 금리를 0.75%포인트(75bp) 인상한 배경은 무엇인가?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에서 두어 차례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5월 회의에서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경제 상황이 당시의 기대와 일치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더 공격적인 정책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후반 새로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기대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왔고, FOMC는 다음 회의까지 6주를 더 기다리기보다는 이번에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5월 CPI는 8.9%로 41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고, 기대인플레이션은 6.6%로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FOMC 회의 불과 이틀 전에 나왔다.)

▷이번 회의에서 0.5%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를 인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Fed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있는 분명한 증거(compelling evidence)를 보
길 원하며, 연속적으로 하락하는 월별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길 원한다. 지금쯤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이상적으로는 낮아지기 시작하는 분명한 신호(clear signs)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기대와 달리 더 올랐고, 올해 예측치도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의 형태로 강력한 조치(strong action)가 필요했다.

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한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금리는 정상적인 수준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금융 상황이 긴축되는 등 적절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도 연방기금금리는 여전히 1.6%다. 7월 말에 있을 다음 회의에서는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말께 긴축적인 수준의 정책을 보길 원한다. 6개월 뒤에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상황이 분명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데이터에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Fed 위원 19 명 중 8명이 경제전망(SEP)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연 3~3.5%로 내다봤다.)


▷Fed의 경제전망(SEP) 상 내년 정책금리 수준이 시장 기대와 비슷한 4%를 전망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경제와 고용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에서 Fed의 정책은 수요를 완화하고 고용시장을 더 건전하게 하는데 다방면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수익률곡선 전반에 걸쳐 양의 실질금리(positive real rates)를 갖게 하며, 이런 수치는 확실히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수치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Fed는 모델에 완전히 의존(completely model driven)하기 보다는 새로운 데이터와 금융시장 및 경제 상황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다."

▷이번에 금리 정책 포워드 가이던스를 뒤집으면서 향후 정책 신뢰도를 잃을 걱정은 없나.

"광범위한 기대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면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지만, 향후 몇 년 동안 급격히 떨어져서 다시 2%대로 내려간다. 물론 미시간 소비자기대지수와 같이 그렇지 않은 일부 지표들이 있으며, Fed는 매우 엄중히 생각한다. 오늘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한 요인이 됐다."

▷만약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면 1%포인트 금리인상도 가능한가.

"Fed는 새로운 데이터에 반응할 것이며 어느 수준이 될지 구체적으로 수치를 말하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고 올해 말로 갈수록 제한적인 정책(restrictive policy) 범위에 가까운 수준이 돼 있을 것이다."

▷이번 조치가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나.

"포워드 가이던스는 Fed의 정책 조치에 대해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계속 사용해야 하므로 이번과 같은 조치는 상충 관계(trade off)가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올해는 금리 인상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이번처럼 Fed의 블랙아웃 기간 중 늦게 데이터를 받게 되고, 이러한 데이터로 인해 정책 결정이 바뀌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0여년간 (비슷한 일이) 한두 차례 있었다.

▷경제전망(SEP)을 보면 2024년까지 실업률이 상승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 이 경우 무엇을 잃게 될까.

"SEP를 보면 실업률은 2024년 중간값이 4.1%로 예측된다. 이러한 실업률을 통해 물가를 2%까지 낮출 수 있다면, 실업률 4%는 아직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만큼 성공적인 결과로 생각한다. 우리는 노동 참여가 높았고 취업 기회가 많았던 팬데믹 이전의 고용상황으로 복귀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등 소비 행태가 변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Fed는 소매 판매, 대형매장 매출 등 관련한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매출 감소 등 소비행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인 소비는 매우 강하며, 광범위한 소비둔화(broader slow down)가 나타난다는 신호는 없다. 다만 높은 기름값이나 주가 하락 등이 소비자 신뢰를 낮춘다는 평가가 있다."

▷경제의 연착륙(softish landing)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SEP를 보면 2024년 실질 GDP 성장률 1.9%, PCE 상승률 2.2%, 실업률이 4.1%로 예상되는 등 물가와 고용이 Fed의 목표 수준에 근접하게 돼 연착륙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달간 큰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Fed가 연착륙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향후 경제는 Fed가 통제할 수 없는 상품가격 변동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 모두의 이익과 강한 노동시장의 지속을 위해 가장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Fed의 양적긴축(QT)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을 감안할 때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가.

"Fed는 사전에 시장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알렸고, 시장은 이를 잘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다. 국채 투자 규모 등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시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T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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