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오후에는 서해 사건의 진상을 일부 규명할 수 있는 정부 자료를 공개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은 이날 오전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 재판은 재작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 모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시신이 불태워지고, 문재인 정부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자 유족이 피살 경위 확인을 위해 안보실과 해경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2020년 10월 "(이 씨가)꽃게 대금으로 도박하는 등… 실종자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월북이 아니라며 정보공개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문재인 정부 안보실과 해경은 "안보상의 이유"라며 항소했다. 특히 관련 자료는 최장 15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도 지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정부가) 북한 눈치 보고 뭘 얼마나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이렇게 굴종하고 잘못했길래 이걸 도대체 알려주지 못하느냐"며 정보공개를 약속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아버지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이 씨 아들의 공개 편지에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고인의 아드님이 보낸 공개 편지를 읽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이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1년 4개월간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1인 시위하며, 우리나라와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편지까지 보냈다"며 "하지만 남은 가족은 남편, 아버지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의 가족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우리 국민을 지키지도 못했고, 정부는 억울한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는커녕 고인을 매도하고 명예를 더럽혔다"며 "제대로 된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날의 진실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어머니, 동생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청년의 절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까지 이를 무시하고 매도한 정부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기 위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인 이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하며 정보공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보실과 해경 등은 이날 오후 피살 사건 당시 정부 대응, 해경의 초동수사 등과 관련된 정보 일부를 공개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자료들 다수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국회 의결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하지만, 정부가 가진 자료가 일부 공개되면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의 진상 상당 부분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때 ‘월북자’ 낙인이 찍혔던 고인의 명예가 일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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