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국방부·해경…"서해 피격자 월북 단정은 잘못된 판단"

입력 2022-06-16 15:36   수정 2022-06-16 15:50


지난 2020년 9월 22일 인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해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국민과 유족에게 사과했다. 월북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해경은 북한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틀 후인 9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점, 선박에 신발(슬리퍼)을 벗어두고 간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밝히는 듯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월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씨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이었다.

당시 우리 군은 이 씨 피격 사망 사건 당시 북한군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 감청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된 것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9·19 군사합의는 개인 화기가 아닌 포사격과 관련된 규정만 있다”며 “‘NLL을 넘어온 인원을 사격하라, 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해양경찰도 2020년 9월 2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자진 월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과장은 “북측이 실종자의 이름·나이·고향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월북에 무게를 싣게 된 증거들을 제시했다. 특히 이 씨의 총채무는 3억3000만원이며 그중 인터넷 도박 빚이 2억6800만원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객관적인 증거가 아닌, 마치 개인 빚이 시달려서 월북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이 씨의 형은 서울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얘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며 해경의 발표를 비난했다.

결국 북한에 피격된 우리 국민 이 씨는 왜 어업지도선에서 벗어나 어떤 방법으로 북한 해역까지 이동하게 됐는지 미궁에 빠지게 됐다.

한편 대통령실은 16일 실종자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소했다. 앞서 이 씨의 유족은 지난 정부에 월북 가능성 등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통해 유족 일부 승소를 판정받았으나 전임 정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었다.

인천=강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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