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셰익스피어 문학에 심취해 있었던 멘델스존은 불과 17세의 나이로 ‘한여름 밤의 꿈’을 쓰기 시작했다. 서곡이 좋아 프로이센 왕이 나머지 극 부수음악을 써달라고 멘델스존에게 의뢰했다. 34세(1843년)에 전곡을 완성했지만 서곡과 나머지 곡들 사이에 세월이 느껴지지 않고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지는 데서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은 한 편의 동화책 표지를 펼치는 듯 요정의 숲으로 듣는 이를 안내한다. 부드러운 목관악기 화음에 이어 요정들이 노니는 듯한 현의 트레몰로가 이어진다. 한바탕 즐거운 소동인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음악으로 서술하듯 잘 보여준다. 간주곡인 ‘스케르초(Scherzo·원래 익살 또는 해학이라는 뜻)’는 첫 부분만 들어도 요정들의 세계를 묘사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경쾌한 리듬이 폴짝폴짝 춤을 추는 것 같다. 한때 거의 모든 예식장에서 울려 퍼졌던 ‘결혼행진곡’ 또한 유명하다.
스위스 출신 지휘자 페터 막은 음악사 최고의 두 천재인 모차르트와 멘델스존 해석의 대가였다. 피아니스트 시절 베토벤 협주곡 4번을 협연한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의 권유로 지휘자의 길을 걸었다. 제네바에서 앙세르메의 부지휘자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에서 일했고, 빈 폭스오퍼 수석지휘자 등을 거쳐 이탈리아 베네토 파도바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페터 막이 런던 심포니를 지휘한 연주를 들으면 과거 데카 스테레오 녹음의 미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957년 2월 런던 킹스웨이홀에서 녹음됐고, 명 엔지니어인 케네스 윌킨슨이 다듬어 내놓은 명반이다. 빈틈없이 두터운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이상향을 구현한다. 맑고 밝은 현과 현이 맞부딪혀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찰지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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