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달리는데 함께 달리는 기분. 요즘 ‘솔로 러너’들은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다. 음악이 있다면 긴 트랙이 무대가 되고, 손목 위 스마트 워치는 지친 다리를 재촉하는 코치가 된다.
홀로 뛰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음악이다. 유선 이어폰은 무선보다 분실 위험은 적지만 꼬이는 줄이 거슬린다. 열정적으로 달리면 줄이 얼굴과 몸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러너들이 선호하는 이어폰은 목뒤로 이어지는 ‘넥밴드형 이어폰’. 야외 달리기 때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위험할 수 있어 귀를 덮지 않는 ‘오픈형 골전도 이어폰’도 나왔다. 대충 귀 근처에 걸쳐 놓으면 진동으로 전달돼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얼마나 어떤 속도로 뛰었는지 측정하고 기록하고 싶다면 요즘은 스마트 워치가 대신한다. 스마트 워치가 없던 시절엔 스마트폰을 끼워 넣어 팔에 감는 케이스 형태의 ‘암밴드’가 유행했다.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당 속도, 거리, 심박수와 높낮이 고도까지 측정해준다. 가끔 달리다 멈추고 싶을 땐 ‘뛸 시간이다’며 재촉하는 역할도 한다. 시계 안에 차곡차곡 모여 가는 러닝 데이터를 보며 느껴지는 뿌듯함은 덤이다.
혼자보다 여럿이 뛰고 싶은 날엔 ‘러닝 앱’도 추천한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 출시한 앱 ‘나이키 런 클럽’은 마치 게임처럼 뛸 수 있게 해준다. 게임처럼 목표치를 정해줘 도전 정신을 일깨운다. 초보자를 위한 단거리 훈련부터, 전 세계 러너들의 목소리로 뛰는 속도를 조절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뛰고 난 후엔 사진을 찍어 ‘오늘의 러닝’을 기념할 수 있다. 자신의 기록을 깨면 각종 코치가 나와 ‘오늘 수고했다’며 격려해주기도 한다.
도저히 홀로 뛸 의지가 없는 ‘작심 3일 러너’들을 위한 ‘런데이’ 앱도 인기다. 뛰고 나면 그 날짜에 도장이 찍힌다. 아무것도 아닌 도장 같아도, 하루 안 찍히면 그게 그렇게 찜찜할 수 없다. 한 주 준비된 프로그램을 거르지 않고 끝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거리는 늘어나고, 러닝 프로그램은 어려워진다. 천천히 뛰는 구간은 줄고, 빨리 뛰는 구간이 늘어나 쉴 새가 없다. 이 단계를 차근차근 밟다 보면 어제보다 더 발전한 러너가 된 나를 마주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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