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런·한강런, 고궁런까지…24시간 잠들지 않는 서울의 트랙

입력 2022-06-16 17:08   수정 2022-06-17 02:29


‘달린다’는 건 ‘살아간다’는 말이다. 언제 뛰고, 언제 멈출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나의 일. 하루 종일 온 동네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한다면, 도시의 모든 장소는 어른들을 위한 24시간 달리기 트랙이다.

뭔가 답답한 하루를 보낸 날엔 슬그머니 러닝화를 꺼내는 게 좋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두 발은 캄캄한 도시의 침묵을 가른다.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속도를 높이면 나의 호흡과 근육은 온전히 되살아난다. 생각이 유독 많은 날을 보냈다면, 달리자.

한강 너머 반짝이는 야경, 남산의 나무와 풀잎이 쏟아내는 향과 새소리는 도시가 주는 선물이다. 가빠지는 호흡과 무거워진 다리를 달래 코스를 완주하면 이보다 더 상쾌할 순 없다.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일상의 모든 괴로움이 오늘 흘린 땀처럼 씻어내려갈 거라고. 그렇게 내일 다시 도전해 보자고.

오늘도 달리기를 결심한 이들에게, 도심 속에서 발견한 뛰기 좋은 공간을 소개한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 달려라.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한강 나이트런’

한강은 러닝 입문자들이 가장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코스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에 순간순간 달라지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 초보 러너들이 지루하지 않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이다. 곳곳의 나들목은 쉼터이자 이정표다.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구간과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한강의 달리기는 밤에 더 설렌다. 서울의 동쪽인 서울숲 쪽에서는 청담대교, 반포대교가 빚어내는 야경을 즐길 수 있고 서울의 서쪽 마포대교, 서강대교 일대에서는 여의도 빌딩숲의 화려함을 배경 삼아 뛸 수 있다. 강 너머 파크원과 IFC가 만들어내는 불빛과 강물에 비친 물그림자는 세계 여느 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보행자 산책로 대신 생태길을 이용하면 울창한 나무 사이 흙길에서 달리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고궁런에서 남산런까지…서울살이의 즐거움

‘한 번도 안 달려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달려본 사람은 없다.’ 러너들 사이에서 남산 코스를 소개할 때 종종 따라다니는 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어 한강보다는 다소 난도가 높다. 남산 순환로를 따라 팔각정을 찍고 돌아오면 약 10㎞, 거리도 만만찮다. 초보 러너보다는 중급자 이상이 많이 찾는다. 대신 나무 사이와 높은 지대를 달리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남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의 야경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어 해질녘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고궁런’도 인기다. 고즈넉한 경복궁, 덕수궁 담벼락을 따라 달리는 러닝 크루가 많다. 한낮의 번잡함이 사라진 도시에 은은한 궁의 조명이 러너의 시야를 밝힌다. 청와대 개방 이후 삼청동길을 따라 야간 러닝을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기록을 원하는 당신, 트랙을 점령하라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거나 달리기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면 트랙으로 향해보자. 트랙은 정해진 코스에서 거리에 따른 정확한 기록을 측정할 수 있다.

서울 잠실보조경기장은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러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400m 길이의 트랙을 달리며 페이스를 올리는 훈련을 하기에 좋다. 발을 내디딜 때 충격을 받아주는 우레탄 바닥, 여기에 초록색과 벽돌색, 흰 선이 만들어낸 선명하고 강렬한 색의 대비는 강변, 공원에서와는 다른 진지한 긴장감을 준다.

석촌호수 역시 트랙러너의 성지 중 하나다. 호수를 둘러싸고 마련된 2.5㎞ 길이 트랙에는 100m마다 거리가 표시돼 있어 거리를 체크하며 뛰기에 좋다.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출입이 금지돼 있어 사고 위험도 적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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