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6일 예산편성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 강화를 뼈대로 한 국회법 등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강탈하는 ‘예산완박(예산편성권 완전 박탈)’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법과 국가재정법, 국회예산정책처법 등 이른바 ‘예산심의 강화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독립된 상임위원회로 전환하고 재정총량 심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년 사실상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겸임이 불가능한 상임위로 만들어 전문성과 계속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예결위에는 재정총량과 분야별 지출한도에 대한 사전심사 권한도 부여했다. 지금은 정부가 먼저 재정총량과 분야별 지출한도를 정한 뒤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해 사업별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재정총량과 지출한도에 대해선 국회도 따로 심사를 벌여 정부안을 확정짓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했다.
맹 의원안에 따르면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예결위 종합심사’의 2단계로 이뤄진 국회 예산심사는 ‘예결위 총량·한도 사전심사→상임위 세부심사→예결위 종합조정’ 등 3단계로 개편된다.
5년 주기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지속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영(0)기준예산제’도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 조정안을 마련하는 ‘중복보고서’ 작성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맹 의원은 과거 공직 생활과 국회 경험 등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2차관을 지냈고 지난달까지 예결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다. 맹 의원은 “정부가 예산 편성을 주도하는 시스템에서 국회는 들러리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심의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약 8800개 세부사업 중 1700개 정도밖에 검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재정총량과 분야·기관별 예산 배분에 국회 의견을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국회가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발의한 행정입법 통제법안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조 의원이나 맹 의원 법안이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의아하다”며 “민주당이 근육 자랑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맹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민주당 의원총회 보고 등을 거쳐 법안 발의를 준비해왔다”며 “누가 정권을 잡든 새 정부 출범 후 발의하겠다고 전부터 공언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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