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폴란드 PGZ그룹과 탱크와 장갑차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메모랜덤)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폴란드 군사력과 방위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단계입니다"
최근 폴란드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남긴 문구입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한국의 방위 산업체나 무기 관련한 멘트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폴란드 전군 지휘부 회의에서 브와슈차크 장관은 "우리(폴란드군)는 한국의 성능이 입증된 IFV(보병전투장갑차), 자주포, K2탱크 등을 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직 한국과 정식 계약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언급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에서 역대급 규모의 무기수출 성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이 언급한 현대로템은 한국 K2전차의 제조사입니다. 폴란드 군은 차세대 전차 도입사업 (늑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현대로템의 K2와 독일 레오파르트 2 전차 등을 유력 후보군으로 두고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과거 폴란드 방산업체인 PGZ그룹에 K2전차의 폴란드형 모델인 K2PL 합작생산을 제안했습니다. 최근 이같은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폴란드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장 급한 수요의 탱크는 직도입하고, PGZ그룹이 한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폴란드 내에서 현지화 버전의 K2탱크를 생산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폴란드 장관이 언급한 IFV 관련해선 더 고무적 평가가 나옵니다. 한화디펜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폴란드군의 '위시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는 자체적으로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군이 원하는 만큼의 장갑차를 생산하기 어려워지면서, 한국산 IFV의 구매를 저울질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 방산당국이 "옛 제품이 아닌 전도유망한(promising, not transitional) 제품을 원한다"고 밝히면서 레드백이 물망에 올랐다는 분석입니다.
장관이 언급한 자주포는 어떨까요. 한화디펜스 'K9'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크랩(Krab) 자주포의 현지 생산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미 폴란드는 자국의 크랩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일부 지원했습니다. 폴란드가 k9 차체를 대량으로 한국에서 들여와 조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밖에 폴란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 LIG넥스원의 천궁 미사일 등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AI 내에는 ‘폴란드 수출관리팀’ 등 전담팀도 신설된 상태입니다.
이같은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쇼핑이 현실화되면 국내 방산업계는 말 그대로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도 방위산업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7일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크다"며 "방위산업이 미래 대한민국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오는 29~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방위사업청장이 수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회원국들을 상대로 국산 무기 세일즈 외교가 이뤄질 수 있단 얘기입니다. 폴란드 역시 NATO 회원국입니다. 폴란드는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을 계기로 대폭 국방비의 예산 증액을 계획 중입니다. 폴란드는 올해 새 법률을 제정해 국방비를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쓰도록 했습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우리 목표는 잠재적인 '진짜 억지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폴란드 군대의 병사 수도 30만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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