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더 어두워진 정부 경기 진단

입력 2022-06-17 14:37   수정 2022-06-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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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식 경기 진단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高)물가,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 수출 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커지고 있는 ‘복합 위기’ 우려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6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에서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매월 발간하는 책자로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위기가 중반기를 넘어선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도 그린북에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을 넣었다. 2월부터 이 같은 표현이 빠지고 금리 인상,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 등장하던 것이 5월에는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로 더 어두워졌다. 이번 달은 이 표현이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로 강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에 대해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가 둔화할 것 같을 때 과거 ‘불확실성 확대’, ‘회복세 약화 우려’ 정도로 썼던 걸 좀 더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꺾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경계심이 높아진 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경기둔화 우려의 근거는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생산과 투자,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 생산은 광공업생산이 3.3% 대폭 감소하며 전월대비 0.7%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월대비 7.5%, 전년동월대비 11.9% 급감했다.

5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제품 중심으로 전년 동월대비 21.3%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출에 비해 수입이 더 늘면서 무역수지는 1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4%로 13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통화 긴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앞으로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6%로 내리고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2%에서 4.7%로 대폭 높였다.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 체제 전환 등 물가·민생 안정과 거시경제·리스크 관리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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