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7일 13: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술의 총결집체'인 반도체 산업은 팬데믹 이후 비대면 비즈니스 증가와 다양한 산업에서의 반도체 수요 증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2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8.8% 성장한 6015억 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KPMG 글로벌은 이처럼 중차대한 반도체 산업을 지속 분석하며 해마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 C레벨 등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로 17번째 발간을 맞은 '글로벌 반도체산업 전망(Global Semiconductor Industry Outlook)' 보고서에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임원 1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올해 보고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재무 및 운영 측면에서의 전망, 제품 및 응용 분야의 성장 전망, 산업 이슈와 우선순위 전략 과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최근 통신,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의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영진의 95%는 "2022년 자사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응답자의 34%는 "자사 매출액이 올해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미국에서부터 유럽, 중동, 아시아까지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으며, 규모가 큰 회사(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에서 더욱 강하게 보였다. 대규모 기업의 경영진 100%는 2022년에 자사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며,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비율은 비교적 작은 규모(1억 달러 미만) 기업에서 47%, 중간 규모(연 매출 1억 달러~10억 달러 미만) 기업에서 37%, 대규모 기업에서 22%를 보였다. 특히 대규모 반도체 기업에서 빠른 속도의 성장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 얼마나 향후 산업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는 최근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관련 투자를 해 나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응답자의 상당수는 2022년에 설비투자를 포함한 자본적지출(CAPEX)이 88%, 연구개발 지출이 8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임원 과반수 이상은 소비자 요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자동차, 통신, 가전 등의 '최종 시장(End-market)' 및 솔루션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대규모 기업(64%)에서 소규모 기업(3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다수의 응용 프로그램 및 사용자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적인 제품 개발보다 개별적인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응답자의 30%는 제품 개발 및 시장 출시의 가장 큰 도전과제로 고객이 더욱 복잡·다양한 솔루션을 요구한다는 점을 들었고, 응답자의 42%는 자사의 핵심 역량으로 솔루션을 꼽았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고도화되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세분화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함에 따라, 특정 사업 영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업화 모델이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반도체 업체의 운영 방식 변화는 자동차 산업과 같은 특정 산업의 공급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신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이전보다 더 많고 새로운 반도체칩을 사용하게 되며, 최근의 전기차 모델의 반도체 사용 비율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2배 수준이다. 게다가 라이다(LiDAR) 센서, 이미지 인식 시스템 및 5G 통신이 장착된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비자율주행 차량의 8~10배 수준의 반도체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향후 매출 성장을 견인할 반도체 유망 응용 분야 1위로 '무선통신'을 꼽은 비중이 컸다. 이를 이어 2위 '자동차', 3위 'IoT'가 선택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5G의 부상과 차량 안전, 인포테인먼트, 자동화 등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의 추세를 반영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반도체 인력'에 대한 강조점이다. 자사의 글로벌 인적자본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8%로, 지난해 조사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향후 3년간 반도체 산업에서의 최우선 전략 과제 1위로 '인재 유치·양성·유지'가 77%의 응답률로 선택되었다. 수년간 반도체 업체들은 비반도체 업체에서 자체 반도체칩 및 실리콘 생산 역량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겪어 왔다. 또한 팬데믹 이후의 '대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은 기술기업 전 분야의 인재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3년 동안 여러 거대 기술 기업 및 플랫폼 기업(자체적인 반도체 설계·생산 역량 구축이 가능한 기업)이 반도체 업계에 미칠 가장 큰 영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도 인재 경쟁이 언급되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44%가 인재 확보 경쟁 심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24%만이 파운드리 생산능력 제약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반도체 기업은 기존 인적자본의 기술 향상 및 재교육, 견습 프로그램 도입, 대학의 관련 기술학과와의 파트너십 강화도 적극 고려해 나가야 한다.
비대면 사업 성장과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반도체 공급망 재설계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의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이에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테크 시대의 핵심 제품인 반도체를 둘러싼 민관 협력 기반의 반도체 전략을 면밀히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방 산업과 더불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 전반을 지속 분석하는 마켓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와 글로벌 각국의 반도체 정책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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