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유가족 측은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재조사 결과가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오면서 유족 측은 전 정권에 책임을 물었다.
피살 공무원의 아내, 형 등 유족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사건 수사는)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며 첫 번째 수사 결과를 반박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해경은 군 당국의 첩보와 이씨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이씨가 자진해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천해양경찰서는 전날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첫 수사 결과 발표와 정반대의 의견을 밝혔다.
유가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저희가 확보한 당시 해경 진술 조서를 보면 한 직원이 '월북을 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대준씨 방에는 방수복이 그대로 있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해경은 그 부분을 빼고 월북이라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때 직원들이 (방수복 없이)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말도 했지만 이 내용 역시 빠졌다"며 "월북이라는 방향과 다르니까, 이걸 맞추기 위해서 증거를 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추가로 이씨가 피살 전 월북을 하려는 징후가 없었다고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늘 뉴스에서 이씨가 월북했다는 보도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이씨가 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월북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지침을 내린 것을 확인했다"며 "이 지침 때문에 정당한 공무 집행(사건 조사)이 방해받았고, 결국 월북이라고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을 하려다 피격당했다고 발표한 것이 서훈 전 안보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알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해경의 초동 수사 자료에도 잘못된 내용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동생 사고 당시 기상 상태를 알아보니 계절풍이 상당히 불었고, 파도도 높았다"며 "조류도 해경에서 발표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새롭게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살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나왔다"며 "상당히 중대한 범죄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규명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라고 권력을 쥐어줬다. 지키지 못 했다면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며 "하지만 전 정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가족은 피살 직후부터 꾸준히 국방부와 해경 등이 이씨를 월북한 것으로 추정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날 회견에서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한 진술들이 처음 공개된 만큼, 당시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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