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이라고 꼽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로 올릴 것이라 예고한 상황에서 공급 부족 문제를 풀어 물가를 억제할 수 있는 게 중국이란 설명이다.
정 팀장은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공급 병목을 만들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며 “봉쇄를 완화하거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사용해 인접국인 한국이 수혜를 보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 파트장은 국내 증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까지 내려와 금융위기 당시인 0.8배 수준에 근접했다는 설명이다.
강 파트장은 외환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상반기 내내 달러 강세였던 국면이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그동안 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인이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파트장은 “코스피 PBR이 역대급으로 낮아진 상황인 만큼 투자매력이 높아졌지만, 그동안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났다”며 “유로존의 금리 인상이 향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이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러시아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밀·원유 등 원자재 공급이 안정화돼야 국제적인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고,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반도체 분야 등의 수요도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역대 최고치를 찍는 상황의 원인은 전쟁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제 유가가 적정 가격 수준인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를 넘나드는 시점인 만큼 증시 반등의 관건은 유가 하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안정의 전제조건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공급 안정이 전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의 바닥을 잘 살펴야 국내 증시의 저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을 밑도는 시기에 코스피 역시 저점을 다지고 반등한 전례가 있어서다.
이 연구원은 “미국 5월 PMI 지수가 56.1을 기록했다”며◁ “이 지수가 50을 하회하기까지는 최소 한두 분기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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