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사랑의 도시’란 뜻을 지닌 미국 필라델피아에는 ‘자유의 종 센터(Liberty Bell Center)’라는 전시관이 있다. 이곳은 종 하나의 역사를 설명하는 거창한 패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막상 전시관 끝에 매달린 종을 실물로 대면하면, 에밀레종을 보유하고 종에 관한 한 꽤 자부심을 가진, 우리 한국인은 그 조악함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다. 심지어 서툰 주조 기술 탓에 한쪽은 깨어져서 이제는 타종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도시를 방문한 많은 이들이 이 종에 열광하는 이유는 큰 세계사적 사건들을 떠올리는 연결 고리로 이 종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을 선언하며 이 종이 최초로 울렸으며, 2차대전 종전을 알리며 타종됐다. 6·25전쟁 고아 합창단에는 위로의 소리였으며, 루서 킹 목사와 만델라 대통령에게는 노예제도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한 종이었다. 이처럼 이 종의 교훈은, 비록 깨어져 보잘것없은 유물일 수도 있으나 거기에 위대한 성취의 역사적 의미가 덧붙여지면, 미국인과 세계인들 가슴속에 항상 살아서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건축과 도시를 건설하면서도 유사한 방식은 적용될 수 있다. 현대인은 새것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하지만 새것과 새 가치가 꼭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오늘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새로움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쉬 철거하고 깨어버리는 물질 만능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오래된 것에도 새 가치를 불어넣는 다양한 리노베이션(renovation) 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사업이나 계획을 앞두고, 부수고 헐기 바쁘게 접근하기보다 기존 것을 존중하며 고치고 덧대서 시대가 원하는 새 프로그램으로 변환해 작동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문화적이고 경제적인 건설의 재생 방식들을 모색해 간다면, 자원 고갈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지속 가능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역사적인 가치가 축적된 고색창연한 도시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오래된 것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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