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高'에 속 쓰린 항공사들

입력 2022-06-17 17:49   수정 2022-06-18 00:32


국제선 하늘길이 열리면서 이륙 채비를 하던 국내 항공사들이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이란 ‘난기류’를 만났다. 업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 전인데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만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항공사들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항공사는 항공기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리스부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평균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연간 약 4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28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항공사 대부분은 달러로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결제하기 때문에 고환율도 악재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연간 약 41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84억원의 외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2년 넘게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부담은 더욱 크다. LCC업계 관계자는 “고정비용 지출이 배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공편 공급이 확대되고, 코로나19 규제가 풀려 하루빨리 업황이 회복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마저 고공행진 중이다. 항공사들의 고정비용 중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제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76.56달러였다. 1년 전 대비 128.1% 치솟았다. 같은날 항공유 가격 지수(JFPI)는 482.65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300선을 돌파한 지 넉 달 만에 500선에 육박했다. JFPI는 2000년 항공유 가격을 100으로 잡고 산출한 값이다. 즉 2000년보다 지금 시점 항공유가 다섯 배가량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여객 수요는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달 1~16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61만753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만3275명)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11만1438명)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민간항공사 조종사 모임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LCC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 단체는 “정부의 해외입국자 코로나19 규제와 일본의 무비자 입국 제한으로 LCC 직원의 40%가 여전히 유급휴직 중”이라며 “이달 종료 예정인 고용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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