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의원이) 희한한 답변을 하셨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이 최고위원 추천과 관련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안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권은 대선 직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약속된 것이다. 안 의원은 앞서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지만, 이 대표는 난색을 보였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측 인사가 소외돼 부담을 가질까 걱정돼 2명을 추천하게 했지만 정 의원은 국민의힘 출신”이라며 “당헌·당규 개정까지 감수하면서 국민의힘 의원을 최고위원에 넣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안 의원에게 재고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안 의원 추천 몫의 최고위원을 2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자는 안을 제안했다. 최고위원을 2명 추가 임명하면 최고위가 11명으로 늘어나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지만, 한 명만 추가하면 개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안 의원은 “국민의당 대표 시절 합의한 사항으로, 지금은 협상의 당사자였던 국민의당이 사라진 만큼 되돌릴 권한이 없다. 최고위원 2명 임명을 그대로 진행해 달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국민의힘에 대해 높은 수위의 비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와 안 의원 간 갈등은 차기 당권을 사이에 둔 경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안 의원이 최고위에 본인의 사람을 심어 영향력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 대표가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당내 영향력 확대를 천명한 만큼 두 사람 간 갈등은 당분간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