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연구직 직원 70% 정도는 농업 전 분야에 걸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고수다. 그들이 만들어낸 알찬 실적도 많다. 1970년대 식량 자급 달성의 원동력이 된 녹색혁명, 1980년대 시설재배로 사시사철 신선한 농산물 공급의 기반을 닦은 백색혁명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농업 선진국들과 기술농업을 주도하고 있다.
전국 농경지 토양지도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라며 세계은행이 극찬한 맞춤형 공적원조 사업이다. 접목 선인장 세계 유통량의 70% 이상은 한국산이다. 최고 수준의 유전자원 관리 등 세계를 주도하는 많은 혁신 기술이 농촌진흥청 연구진의 성과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팜’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정보에 근거한 농업 실천이다. 이런 보석 같은 기술과 관련된 정보가 모두 개방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우수농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화상병 위험도를 예측하며, 농축산물 도매시장 경락값 등을 알려준다. 지농이라는 기업은 농촌진흥청이 공개한 밭작물 물 사용 처방 정보를 활용해 농업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그냥 꿰기만 해서는 보석이 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가질 것인지를 보고 색깔별, 크기별로 구분해서 꿰어야 참다운 보석이 된다. 정보를 공개해놓고 필요하면 가져다 쓰라는 게 아니라, 농업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먼저 제공해야 한다.
농가별 기상 정보와 토양 정보가 각각의 구슬이라면, 이를 하나의 줄로 꿰어야 농업인이 보배처럼 쓸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농촌진흥청은 데이터에 기반한 농업기술을 모바일 등 통신기기로 전송해 농업인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농장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데이터 3법을 개정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인이 공공·민간에 제공해온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해 이를 신용평가,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주도적으로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정부가 가진 자료를 농업인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과 농부에게 아침마다 과수원 날씨를 제공하고, 생육 상태에 맞춘 작업 내용과 적정 출하 시기를 알려줘야 한다. 농업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정착 지역, 희망 작목, 자금 여력에 따라 융자 방법, 영농기술 등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야 농업인이 단순히 농사만 하는 사람이 아닌 농업경영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바로 농촌진흥청이 보유하고 있는 ‘상수’들이 할 일이다. 상수들과 함께 ‘보배’를 만들 일이 기대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