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붕괴…'코인 은행' 줄도산 시작됐다

입력 2022-06-19 17:20   수정 2022-06-27 15:22


“‘크립토윈터(Crypto Winter·암호화폐 겨울)’가 왔다.”

19일 비트코인 2만달러, 이더리움 1000달러 선이 무너지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블룸버그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같이 보도했다.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2017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코인을 예치받아 대출해주던 ‘코인 은행’들도 투자자들의 출금 신청이 빗발치면서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다. 코인 은행에서 코인을 대출받아 각종 투자에 나선 투자사들도 줄줄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코인 운용사·은행 연쇄 도산 위기

이날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전 6시 1만7677달러를 기록하며 전일(2만658달러) 대비 14.4% 급락했다. 비트코인이 1만8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폭등장 초입인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2017년 전 고점인 1만965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바닥이 사라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비트코인 폭락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쓰는 미국 코인베이스프로의 암호화폐 시가에서 바이낸스 시가를 뺀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20% 수준으로 유독 낮았다.

‘루나 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빼내 투매에 나섰다. 미국계 코인 은행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지난 1년간 고객 예치금으로 예금 이자를 지급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신뢰를 잃었다. 투자자들의 출금 신청을 견디다 못한 셀시우스가 지난 13일 출금을 중단하면서 암호화폐 하락폭을 키웠다.

코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선 투자사들도 ‘마진콜(증거금 추가납부 요구)’을 받으면서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100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운용사인 스리애로스캐피털(3ac)은 블록파이 등 코인 은행들의 마진콜에 응하지 못해 담보로 맡겨둔 4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청산당했고 30억달러 부채도 미상환 상태다. 3ac가 투자한 코인 은행인 핀블록스도 하루 출금액을 500달러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에 빠졌다. 코인 은행인 바벨파이낸스 역시 예치된 암호화폐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BIS “디파이 대출, 금융 발전에 역행”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4일과 16일 잇따라 긴급 리포트를 내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대출을 정조준했다.

BIS는 실제 보유한 암호화폐의 네 배까지 대출이 가능한 디파이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6~83%지만 대출받은 암호화폐를 다시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을 수 있어서다. 이를 10차례 반복하면 담보가액의 30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BIS는 “하락장에서는 순식간에 붕괴하는 이유”라고 했다.

BIS는 디파이의 ‘익명성’도 문제 삼았다. 대출을 받아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IS는 “핀테크의 경우 차주 신용도를 여러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기존 금융권보다 정교하게 평가하면서 금융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디파이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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