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1만3600개 주요 기업의 2022년 1분기 순이익은 총 1조829억달러(약 1402조355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세계 기업의 순익이 줄어든 것은 2020년 3분기 이후 1년 반 만이다.
글로벌 기업 순익의 20%를 차지하는 금융 업종의 실적이 37% 급감했다. 미국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러시아 관련 대출의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항공·해운 업종은 아홉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반면 원유 가격이 오르고,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에너지와 전자 업종의 순익은 각각 37%, 21% 늘었다. “반도체 등 핵심 부품 부족과 공급망 정체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더욱 커졌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1분기 순익은 378억달러로 1년 전보다 168억달러(81%) 급증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힘입어 순익과 순익 증가율 모두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 애플은 2위로 밀려났다. 순익이 크게 증가한 기업 10곳 가운데 절반이 정유회사였다.
2019년 12월 상장 이후 최대 순익을 낸 덕분에 아람코의 주가는 1년간 20% 뛰었다. 지난 5월엔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애플(25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67억달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164억달러)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순이익 순위 2~4위였다.
BMW는 자동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1분기 순익이 113억달러로 3.6배 늘었다. 반도체 부족 장기화에 대응해 롤스로이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최고급 브랜드를 우선 생산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난 데 힘입어 삼성전자의 순익도 92억달러로 57% 증가했다. 지난해 21위였던 세계 순위도 9위까지 뛰어올라 한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중국 금융회사 네 곳이 순익 10위권에 오른 반면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203억달러의 적자를 낸 영국 정유회사 BP가 순익이 두 번째로 많이 줄어든 기업이었다.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1분기 러시아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255억달러의 손실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49억달러)를 낸 한국전력공사도 순익이 크게 감소한 기업 10위에 올랐다.
올 2분기에는 세계 기업의 실적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지금까지 예상 실적을 발표한 세계 주요 기업 4700곳의 4~6월 순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와 소재 업종이 세계 기업의 실적 증가세를 이끌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공급망 정체의 장기화 여파로 전자 업종의 순익은 3%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자동차 업종은 순익이 30% 줄어들 전망이다. 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벌어진 항공·해상운송 혼란 등 공급망 문제가 2분기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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