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된다. L당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38원 인하 여력이 생긴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반영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국내 물가가 지난달 5.4%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주 경제 상황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으로 L당 현재 573원에서 다음달부터 516원으로 낮아진다. 유류세는 L당 정액으로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다. 작년 11월 20% 인하됐고 올해 5월부터 인하폭이 30%로 확대됐지만 국제 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치솟자 정부는 법정 한도(37%)까지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이번 유류세 추가 인하(7%포인트)로 하루 40㎞를 운행하는 소비자의 경우 매달 7000원가량의 부담이 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기준가격은 1700원으로 50원 인하한다. 이 보조금은 경유가가 기준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경유가격이 L당 2050원일 경우 경유를 쓰는 화물차주는 차액인 350원의 절반인 175원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최대 지원액은 업계가 부담하는 유류세 한도인 L당 183.21원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중 대중교통 사용분의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로 높이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공제 한도는 100만원까지다. 다만,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사항이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전기·가스요금은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이번 물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우편요금, 광역상수도요금, 자동차검사수수료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전기·가스요금은 동결 대상에서 뺐다. 올 3분기 요금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추 부총리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의 경영 효율화를 유도하고 한전이 보유한 부동산과 출자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지방 공공요금은 이미 확정된 것 외에는 최대한 동결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금 동결 등 정부 방침에 협조하는 우수 지자체에 110억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가격 불안 품목의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자는 다음달 5일까지 매일 20t의 비축물량을 우선 방출하고, 호주에서 500t을 추가로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본지 6월 18일자 A1, 4면 참조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 등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은 신속히 수입해 다음달 1일부터 국내에 공급하기로 했다. 밀가루는 가격 인상을 10% 이내로 억제한 기업에 가격안정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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