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 음악의 ‘황금 시대’를 이야기할 때 금호문화재단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세계적 콩쿠르를 휩쓴 수상자들은 대부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금호문화재단은 금호악기은행을 통해 수억원의 악기를 제공하거나 항공권을 지원하는 등 클래식 영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전폭 지원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기록을 세운 임윤찬 역시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그의 나이 11세 때였다. 올해 시벨리우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에 오른 첼리스트 최하영도 각각 2008년과 2006년 금호 영재로 세상에 연주 실력을 처음 알렸다. 2010년 이후 세계 주요 콩쿠르 수상자 중 성악가 박종민을 제외하면 모두 10세 안팎의 나이에 금호 영재로 데뷔했다.
금호문화재단은 1977년 금호그룹이 2억원을 출자한 장학재단으로 출발했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1990년 한국 최초의 직업 실내악단 ‘금호현악 4중주단’을 창단했고, 1998년부터 음악 영재 발굴에 적극 나섰다. 연간 60억원의 재단 사업예산 중 영재 지원 사업에 20억원을 투입했다. 고(故) 박성용 회장이 직접 박수부대를 자처해 무대를 따라다니며 세계적인 음악가 발굴에 나섰다. 해외 유명 지휘자들이 내한하면 영재들의 만찬 참석과 오디션을 주선하며 협연 약속을 받아냈다는 일화도 있다.
45년간 ‘금호 콘서트’는 음악 영재들 등용문이자 사관학교가 됐다. 어린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면서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금호영체임버콘서트’ 등 세 가지 형식의 공연 시리즈를 기획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김선욱, 손열음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임지영, 조진주 등도 금호가 배출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금호 영재 출신이 수상을 휩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대에 수억원 하는 명품 고악기도 무상 제공했다. 1993년부터 금호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해 문화재에 준하는 과다니니 바이올린과 마치니가 제작한 첼로 등을 빌려주고 있다. 대중에게 좀처럼 독주를 보여줄 수 없는 연주자들도 적극 소개했다. 플루트(조성현), 오보에(함경), 클라리넷(김한) 등을 전공한 영재들을 과감하게 독주자로 발탁했다.
금호 콘서트가 지금까지 발굴한 음악 영재만 1000여 명이다. 평론가와 음악가들 사이에 “금호가 없었다면 무대도 없고, 이런 클래식 한류도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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