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레벨 4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점은 2030년께(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운전대가 사라지면서 실내 공간 구성과 자동차 이용 행태가 달라지고, 우리 생활도 바뀔 것이다. 이에 맞춰 많은 산업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산업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업종별로 분석했다.
보험 업계 - 사고 줄어 이익 늘지만 장기적으론 보험 시장 위축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운전’이다.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차 대 차’ 사고는 발생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 업계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사고가 줄어들기 시작할 땐 보험사들의 이익이 늘어나겠지만, 사고 감소가 장기화하면 자동차 보험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보험 업계는 올해 7월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도입을 앞두고 후불 보험제(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 책임인지, 자율주행 시스템의 책임인지를 확인한 뒤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를 도입하는 등 상품을 조금씩 개편하고 있다.
의료 업계 - 사고 줄면 진료비 감소 차량 자체가 구급차 역할도
의료계도 자동차 사고 감소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 보험 진료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의료기관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한 비용은 약 1조7000억원이었다. 자동차 사고가 감소하면 진료 비용도 줄어든다. 게다가 자율주행차는 시트나 콘솔에 장착된 접촉식 센서와 실내를 모니터링하는 비접촉식 센서로 탑승자의 혈압이나 심박수와 같은 간단한 건강 체크가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구급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비 업계 - 정비소 방문횟수 줄어, 자가 진단…선제적 수리 가능
자율주행차는 고장률이 낮다. 자율주행화, 전동화를 거치며 차를 구성하는 부품 수가 줄어들어서다. 소프트웨어 문제 해결이나 불량 모듈을 교환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일은 있겠지만, 전통적인 정비소를 찾아가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또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소모품 교환도 적다. 아울러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상태를 클라우드 서버에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이른바 선제적 수리가 가능해진다.
호텔 산업 - 이동하면서 숙박도…호텔산업 지형 크게 바뀔 듯
에어비앤비의 등장으로 호텔 산업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였지만 전 세계 여행객 수가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에어비앤비와 호텔 산업은 동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호텔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며 숙박을 해결하는 일이 가능해져서다. 배낭여행자들이 야간열차 침대칸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동 중에 탑승자가 휴식할 수 있게 시트를 완전히 펼 수 있다. 물론 간이침대 장착도 가능하다. 전자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도 갖추고 있다.
항공 업계 - 원하는 시간 출발 가능…단거리 항공 노선 큰 변화 예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 강남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가기 위해서는 4시간 이상 소요된다. 김포공항까지 가는 시간, 체크인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 김해공항에서 해운대로 들어가는 시간까지 합친 기준이다. 자율주행차가 4시간 만에 해운대까지 갈 수 있다면 굳이 비행기를 탈 이유가 있을까?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출발할 수 있고, 차 안에서 잠을 잘 수도,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자율주행차는 단거리 항공 노선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동산 업계 - 출퇴근 편리해져 외곽지역의 가치 높아질 듯
부동산 시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입지, 즉 접근성이다. 외곽 지역이라도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으로의 진입이 용이한 곳은 인기가 많다. 그러나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일도 하고, 화장도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편리한 출퇴근이 외곽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BRE는 ‘자율주행차, 부동산에 변화를 일으킨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로 인해 외곽 지역이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도심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주유소나 주차장 등도 자율주행 전기차로 인해 용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 중 식사로 DT 급성장…오지·재난 구호활동 대응력 높아져
요식 업계 - 이동 중 편한 식사 가능…드라이브 스루 시장 급성장
한국 맥도날드의 매출 가운데 DT(드라이브 스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맥도날드는 전체 매장 중 60% 이상을 DT로 운영하고 있고, 스타벅스나 이디야커피 등도 DT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DT 매장이 이렇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역시 시간 절약과 편리함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런 DT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동 중 편히 식사할 수 있다는 자율주행차의 이점 덕분에 DT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때가 되면 DT 매장의 경쟁력은 지금처럼 시간 절약과 편리함이 아닌 음식의 맛이 될 것이다. 애써 찾아가 줄을 서야만 했던 맛집도 DT를 운영할 것이니 말이다.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업계 - 차량 이동시간 중 다양한 즐길 거리 확산 예상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의 하루평균 주행거리는 43.9㎞에 이른다.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운전이라는 행위가 없어지면,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디스플레이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승세가 예상된다. 광고 산업 역시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광고의 표적화도 매우 정교해진다. 예컨대 춘천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 ‘춘천닭갈비’ 광고가 화면에 뜨는 식이다. 개인 소유의 자율주행차에서는 이런 것을 볼 필요가 없겠지만, 공유형 자율주행차에서는 광고 시청이 의무일 수도 있다.
방위 산업 - 수송 과정서 사망자 감소…탱크·전투기 등 효율성 대폭 증가
‘군용’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군용 제품에는 당대 가장 앞서 있고, 가장 안정성이 높은 기술이 적용된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군에서 먼저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5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그리핀 미국 국방부 차관은 “민간 자율주행차보다 군사 목적의 자율주행차를 먼저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리핀 차관에 따르면 전투 지역 사상자의 절반 이상은 연료나 식량 같은 물자 수송 인력과 관련 있다. 자율주행차로 수송한다면 불필요한 사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탱크나 전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쓰인다면 전투 효율성이 대폭 늘어난다.
구호 활동 분야 - 오지에 물자 전달 용이…코로나 등 감염병 대응력 높아져
사람을 구하는 일에도 당연히 자율주행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자선 구호 단체들은 이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아프리카 오지 등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하고, 이로 인한 사고도 잦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를 당한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가기 힘든 지역에 보급품을 전달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부상자 이송도 가능하다. 격리와 이송 등 감염 문제 때문에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이번 코로나19 같은 사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케어 산업- 노인·아동 이동성 편리…소비활동 늘고 시간·비용 절감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은 대중교통 사용이 어려운 교통 약자로 분류된다. 자율주행차는 노인들의 이동성을 늘려 소비 활동을 끌어낼 것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통해 부모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학교를 마친 아이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집 또는 부모의 회사로 이동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당연히 장애인들 역시 지금보다 훨씬 쉽게 이동하게 된다. 가령 공유형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면 시각 장애인도 집 앞에서 안내견과 함께 차에 오를 수 있다.
모터스포츠 분야 - 스포츠 본질은 경쟁…자율주행 레이스 신설 등 변화 올 듯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모터스포츠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스포츠의 본질은 ‘인간이 극한의 신체와 정신력으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터스포츠에서 사용하는 자동차는 이동이 아니라 경쟁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모터스포츠는 자율주행 시대에도 건재할 것이다. 자동차의 상용화로 인해 경마가 사라지지 않았듯이 말이다. 물론 자율주행차 레이스 신설과 같은 변화가 생길 수는 있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미디어채널 HMG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