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 속 여름이 성수기인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보하는 복날을 앞두고 소비자들 주머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의 경우 이른 무더위 속 수요가 뛰었지만 공급이 줄면서 예년보다 몸값이 20%가량 치솟았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박 가격(소매·상품 기준)은 평균 2만1021원으로 1년 전보다 19% 뛰었다. 최근 한 달 사이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평년(1만6731원)보다 26% 높은 수준이다.
이르게 날씨가 더워지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열렸지만 공급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일례로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수박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 뛰었다.
반면 수박 출하량은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충청 지역의 수박 재배 면적은 인력 부족으로 줄었고, 봄철 큰 일교차로 수박 생육이 지연됐다. 여기에 성수기로 접어드는 이달에도 수박 가격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는 부안 등 호남지역 출하면적이 감소한 점을 이같은 배경의 근거로 들었다.
농업관측센터는 "6월 수박의 가락시장 도매가격(평균)은 kg당 2300~2500원으로 지난해 6월 1900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도 등 품질이 양호해 가격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 복달임 음식인 삼계탕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만5000원에 육박한 상태다. 삼계탕과 같이 닭고기가 주 재료인 인기 서민음식 치킨은 올들어 주요 외식품목 중 가격이 가장 많이 뛰어 2만원을 돌파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지역 외식비에서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4577원으로 1만5000원에 바싹 다가섰다. 1년 사이 1% 인상에 그쳐 주요 외식 품목 중 가장 상승폭이 적었지만 부담이 적지 않은 가격이다.
치킨의 경우 올 들어 외식 품목 중 가장 몸값이 많이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외식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39개 외식 품목 중 치킨(올해 상승률 6.6%)의 상승폭이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치킨 가격은 1년 사이 10.9% 뛴 것으로 집계됐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함께 지난해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업계 2위와 3위인 bhc치킨, bbq도 제품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3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는 모두 마리당 2만원대에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원재료인 닭고기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2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10호 닭고기 평균 거래가격은 이날 3718원으로 지난해 12월 평균치(2981원)보다 25% 올랐다. 1년 사이에 48% 뛴 수치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원재료 가격이 오른데다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널을 뛰고 있다. 가격 인상에도 영업이익률은 되레 하락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여름철 식당 앞에 긴 줄을 세우는 인기 메뉴 냉면 가격은 서울에선 평균 1만원을 돌파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269원으로 1년사이 10% 올랐다. 메밀 가격 급등 여파가 반영되면서 지난 4월 1만원선을 넘어선 결과다.
냉면을 비롯한 면류 외식 메뉴 가격은 특히 최근 1년간 고공행진했다.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 급등과 함께 밀가루 가격이 뛰었고, 이는 관련 외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대형마트업계에선 대량 매입을 통해 산지의 수박을 저렴하게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의 경우 오는 22일까지 'e 수박 뮤지엄' 행사를 열고 맹동·덕산·고창 등 '유명산지 수박'을 행사카드로 구매 시 3000원 할인 판매한다. 이달 29일까지 자사 애플리케이션(입)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전점 3만통·1인 1통 한정으로 수박 50%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홈플러스 역시 오는 22일까지 행사 카드 결제 시 '신선농장' 브랜드의 당도선별 수박 전 품목을 3000원 할인 판매한다.
몸값이 한층 뛴 냉면과 보양식의 경우 외식 대신 가정간편식(HMR)을 비롯한 가공식품에 눈을 돌려볼 만 하다. 성수기를 앞두고 식품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고, 이름난 맛집들이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소비자의 입맛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례로 냉면의 경우 시장 1위 CJ제일제당이 매운맛을 강조한 '청양초 매운 물냉면'을 최근 선보였다. 풀무원식품은 면발의 메밀 함량을 83%까지 늘린 '메밀냉면'을 출시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면사랑은 여름 공략을 위해 '평양식 고기 물냉면', '오장동식 간재미회냉면'을 내놨다. 신세계푸드가 봉밀가와 협업해 출시한 RMR ‘올반 봉밀가 평양식 메밀국수’의 경우 최근 라이브방송에서 3000세트가 완판되기도 했다. 새벽배송 업체를 통해선 의정부 평양면옥, 피양옥, 봉피양 등의 냉면을 RMR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 냉면 매출은 6~8월에 전체의 60%가 집중된다"며 "올해 무더위와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공식품과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더 많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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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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