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선거구 47곳의 조직위원장 공모를 마무리했다. 조직위원장에 선정되면 의결을 거쳐 총선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지역 당협위원장이 된다. 그런 만큼 조직위원장 후보를 심사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국 선거구 47곳의 조직위원장 공모를 17일 마감했다.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공석이 된 지역구들이다. 추가 모집을 한 천안시갑 지역구는 오는 22일까지 조직위원장 후보를 접수받는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조직위원장 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오갔다. 조직위원장에 선정되면 곧바로 해당 선거구 운영회 의결을 통해 당협위원장에 취임하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은 지역구 내 당원을 관리하는 자리다. 당협위원장 자격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구를 관리하다 보니 차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당협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등에 공천 대상을 추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구가 없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나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당협위원장에 관심을 갖는다. 이번 공모에선 초선 비례인 전주혜 의원(서울 강동갑), 노용호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서정숙 의원(경기 용인병) 등이 지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거구에선 ‘인사 내정설’, ‘당협 쇼핑’이란 비판도 나왔다. 지난 7일 정진석 의원은 정미경 최고위원이 성남 분당을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은 수원에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권 시선은 조강특위 위원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에게 쏠리고 있다. 조강특위는 경쟁력 없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게 주된 임무다. 새 조직위원장 심사 이외에도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당협위원장의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에는 당협위원장 62명이 한번에 교체돼 ‘학살’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투명성 논란을 의식한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일종의 '경선룰'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 총장은 “지방선거 공천에서 기준이 있는 것처럼 당협위원장 선출에도 기준이 필요하다”며 “종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 선거 출마로 자리를 비웠다고 다시 오는 경우가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복귀 지수’ 등을 만드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지역위원장 선정을 두고 공모를 망설이는 비례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에 전당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이때 당 대표와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새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역위원장이 되더라도 새로 출범할 당 지도부가 조강특위를 꾸리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전당대회로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조강특위를 다시 열어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 줄을 대야 할지 눈치보는 사람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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