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2009년 화학업체인 파키스탄 PTA(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를 147억원에 인수했다. LCPL의 낡은 설비를 뜯어고치기 위해 롯데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파견됐다. 직원들은 무더운 파키스탄 날씨를 견디며 설비를 정비했고, 그만큼 설비 가동률·효율도 급등했다. 롯데 직원들의 피와 땀, 눈물이 녹아든 업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케미칼이 인수 13년 만에 LCPL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인수가에 최대 14배를 웃도는 2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LCPL 보유 지분 75.0%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LCPL은 파키스탄 증시 상장사로 시가총액은 2130억원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보유 지분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1830억~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LCPL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작년 매출 4721억원, 당기순이익 326억원을 올렸다. 최근 3년 동안 150억~500억원의 규모의 순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다. 롯데케미칼은 PTA를 비주력 사업으로 보고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2020년 국내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던 PTA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 LCPL 매각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네덜란드 화학업체인 악조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 2011년까지 LCPL로부터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2년 만에 인수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도 롯데케미칼의 LCPL 인수에 대해 "롯데그룹 인수·합병(M&A) 최고의 거래로 꼽힌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그룹은 LCPL 인수 직후 이후 파키스탄 업체를 잇따라 매입했다. 2011년 롯데제과가 제과 회사인 콜손을 인수했고, 2018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음료 회사인 악타르를 사들였다. 롯데는 파키스탄을 신남방 전략의 거점으로 보고 대대적 투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PTA 사업을 정리하는 것과 맞물려 롯데케미칼도 LCPL 매각에 나섰다.
파키스탄이 경제 위기를 겪는 등 현지 사업 환경이 나빠진 것도 매각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중국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려 썼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이 같은 대외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졌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IMF는 파키스탄 정부에 강도 높은 긴축재정 정책을 요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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