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고시안 갤러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화랑’이다.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를 비롯해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등 수많은 ‘전설’이 이곳을 거쳤거나 현재 소속돼 있다. 소속 화가들의 면면만 화려한 게 아니다. 전시 역량도 최강이다. 상업 화랑인데도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할 만한 피카소, 루벤스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그 덕분에 화랑인데도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린다. 전 세계에 18개 지점을 두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홍콩뿐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체급’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콧대 높은’ 가고시안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9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여는 ‘프리즈 아트페어’(프리즈)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행사에는 가고시안뿐 아니라 다른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들도 부스를 연다. 행사장은 물론 서울, 경기지역 곳곳에서 관련 예술 행사가 열린다. 개막을 두 달여 앞둔 ‘단군 이래 최대 미술축제’로 불리는 KIAF-프리즈를 미리 가봤다.
프리즈 측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컬렉터 문화 등을 설명한 가이드북을 내부적으로 제작해 한국 시장을 ‘열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국 미술시장의 체급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맹주’로 올라서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에 달하는 근현대 유명 작가들의 명품들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치동 SETEC에서 열리는 위성 아트페어 ‘KIAF+’도 웬만한 아트페어의 본행사만큼 수준이 높다. 갤러리현대를 비롯한 유명 갤러리 일부와 갤러리구조·엘리제레·더컬럼스 등 MZ세대(밀레니얼+MZ세대)에게 인기 있는 갤러리 등 총 73곳이 참여한다. 유명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등 NFT와 디지털 아트 작품이 다수 출품되는 게 특징이다.
이 밖에도 행사 기간 각종 아트페어와 예술 행사가 서울·경기 곳곳을 수놓는다. 한강공원 곳곳에서는 크라운해태그룹이 조각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한강 조각축제’(가제)를, 파주 헤이리에서는 이랜드그룹이 ‘헤이리 아트페어’(가제)를 준비 중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서울 소공동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아트페어 개최를 검토 중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에서도 KIAF 특집 프로그램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페어 행사 기간이 일종의 ‘대한민국 예술주간’이 되는 셈이다.
아시아 주요국 미술관장이 모인 국제미술관장회의, 아시아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아시아 미술품감정전문인 교류회도 열린다. 행사장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유력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로 세계 미술계가 한국 작가와 시장에 주목하게 되면서 국내 시장의 양과 질이 몇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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