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던진 6653억원어치 물량 중 삼성전자 매물 비중은 약 38.9%에 달했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8조2683억원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9.9%로 6년여 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각국이 강력한 긴축 기조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를 거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자 외국인은 서둘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발을 빼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IT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휴대폰과 가전 부문은 이미 수요 둔화세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BNK투자증권은 “소비 경기 둔화 여파로 삼성전자의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약 16% 감소한 약 6200만 대에 그칠 것”이라며 “TV 판매량도 전 분기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 하반기와 내년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서버 고객사들의 ‘주문 축소’(오더컷)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인텔이 1분기 데스크톱 중앙처리장치(CPU) 출하량이 급감(전년 대비 30%)했으며 차세대 CPU 생산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올초 전망과 달리 오히려 4분기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3.8%,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조7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18% 낮췄다.
최악의 경우 5만2000~5만30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위기 때 수준인 PBR 1.07배에 해당하는 주가다. 코스피지수가 2300 부근까지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0%가량 감소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수준에 따라 저점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은 유가 하락 시점과 맞물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 만큼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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