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도대체 바닥이 어디냐"…외국인 투매에 연일 신저가

입력 2022-06-20 17:27   수정 2022-06-28 15:38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초 7만8600원이던 주가는 순식간에 약 25% 급락했다. 지난해 1월 최고점(종가 기준)과 비교하면 약 35% 미끄러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 수요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짓눌렀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상황이 최악을 내달리고 있는 만큼 저점을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직격탄 맞은 삼성전자
20일 삼성전자는 1.84% 하락한 5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저가 경신은 물론 종가 기준 2020년 11월 4일(5만85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던진 6653억원어치 물량 중 삼성전자 매물 비중은 약 38.9%에 달했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8조2683억원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9.9%로 6년여 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각국이 강력한 긴축 기조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를 거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자 외국인은 서둘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발을 빼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IT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휴대폰과 가전 부문은 이미 수요 둔화세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BNK투자증권은 “소비 경기 둔화 여파로 삼성전자의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약 16% 감소한 약 6200만 대에 그칠 것”이라며 “TV 판매량도 전 분기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 추정치 더 떨어질 것”
삼성전자는 2분기 탄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조2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5% 늘어났다. 아직까지 서버용 반도체 부문 수요가 견조한 덕분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 하반기와 내년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서버 고객사들의 ‘주문 축소’(오더컷)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인텔이 1분기 데스크톱 중앙처리장치(CPU) 출하량이 급감(전년 대비 30%)했으며 차세대 CPU 생산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올초 전망과 달리 오히려 4분기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3.8%,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조7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18% 낮췄다.
“바닥 장담하긴 일러”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가 밸류에이션상 저점에 가깝지만 ‘진바닥’에 도달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1~1.2배 수준으로 저점에 가까워졌지만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주가는 계속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5만2000~5만30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위기 때 수준인 PBR 1.07배에 해당하는 주가다. 코스피지수가 2300 부근까지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0%가량 감소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수준에 따라 저점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은 유가 하락 시점과 맞물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 만큼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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