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은행 대출금리와 관련한 공개 메시지를 내놓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이 원장의 ‘과도한 예대금리차’ 발언에 대해 이준수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나타낸 것일 뿐 시장 개입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취임 후 첫 업계 간담회에서 이런 언급을 한 것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의 이익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은행들은 이익 증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측면이 크고 해외 은행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 등 미국 4대 상업은행의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7~2.16%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1.49~1.66%)을 웃돌았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혹시 모를 위기에 시장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려면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며 “은행만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매달 예대금리차를 ‘은행별·신용점수 구간별’로 공시하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예대금리차 공시제가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예대금리차보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실제 대출과 예금금리에 더 민감하다.
다만 이 원장의 소통 의지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 은행장은 “이 원장이 개인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눠주면서 인사했다”며 “감독당국과의 소통이 앞으로 더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이인혁/김보형/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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