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다른데 상표권 사용료 부당"…DB저축은행, 법인세 소송 1심 승소

입력 2022-06-20 17:51   수정 2022-06-21 00:25

상표권의 사용료는 ‘유사업종’의 계열사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DB저축은행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상표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 업종의 법인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까지 원고에게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부그룹의 상표권은 동부건설과 DB저축은행 등 총 10개 계열사가 함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동부건설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동부라는 상표권의 사용료를 상표권 미보유 계열사로부터 받지 않았다”며 “이를 통해 소득을 줄여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봤다. 그룹 상표권의 공동 권리자로 등록된 10개 계열사가 나머지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상표권 미보유 계열사가 약 240억원의 상표권 이용료를 지급하면, 상표권 보유 계열사끼리 10분의 1로 나눠 가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남대문세무서장은 DB저축은행에도 “원래대로라면 24억원을 받았어야 한다”며 법인세 2억2000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DB저축은행은 이에 불복해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DB저축은행 측은 “당시 동부그룹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상표권 사용으로 인해 매출이나 이익 증가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동부그룹이 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금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며 “세무서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상표권의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계열사의 범위는 금융 법인에 국한한다”고 판단했다. 등록상표권의 효력은 성격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상품에 한하는데, 사용료를 받을 때도 같은 법리가 사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보험·은행·증권·자산운용등 동부그룹의 금융 관련 계열사가 낼 사용료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표권을 보유한 계열사 가운데 금융 관련 법인이 네 곳이기 때문에, 받을 사용료도 4분의 1로 나눈 뒤 세금을 이에 맞춰 매겨야 한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정당하게 산출된 세액을 초과한 액수는 위법인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세액을 계산할 수 없어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세무서는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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