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폭 완화되면서 여름철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외여행 길도 다시 열렸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인플레이션과 높아진 항공권 가격에 선뜻 가방을 싸긴 녹록지 않다. 해운대, 경포대 등 국내 주요 여름 피서지도 성수기 주요 호텔·리조트의 방이 벌써 동날 정도로 인파가 몰릴 전망이다. 올여름 북적임보다 한적함을 즐기며 몸과 마음의 ‘힐링(치유)’을 원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주목받는 곳이 있다. 농촌의 푸근함과 함께 고요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농촌 팜스테이다.
국내에서는 농협중앙회가 팜스테이라는 이름의 농촌 여행을 1999년 처음 기획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 상생’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이 시작됐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친 도시민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휴가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초창기 32개에 불과했던 팜스테이 마을은 이제 289곳으로 늘었다.
팜스테이 마을에서 숙박하면 크게 일곱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인근의 계곡, 강, 해변, 섬 등을 찾는 생태문화관광 △전통 주거방식인 황토온돌방 숙박과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농산물 직거래 △벼 베기, 옥수수 따기 등 영농 체험 △치즈 만들기, 떡메치기 등 음식 체험 △활쏘기, 널뛰기 등 전통 놀이 체험 △물고기 잡기, 뗏목 타기 등 야외 체험 △장승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 전통 공예 체험 등이다. 마을마다 다른 자연환경과 지역문화를 가진 만큼 할 수 있는 체험도 각각 달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팜스테이 일정은 대략 이렇다. 먼저 마을을 둘러보며 지역의 먹거리와 볼거리, 제공되는 체험 활동을 소개한다. 물고기 잡기나 장승 만들기 같은 체험으로 시작해 과일 수확, 벼 베기, 감자 고구마 캐기 등 농사를 체험한다. 직접 수확한 먹거리로 만든 ‘새참’도 즐기고, 과일이 주산지인 마을에선 잼이나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저녁엔 시원한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고, 어둑해지면 모닥불 근처로 모여 ‘한국식 캠프파이어’를 즐기기도 한다. 이튿날 아침 한적한 농촌 마을의 정취를 즐기며 정갈하게 차려진 조식을 맞이하는 것도 팜스테이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팜스테이 마을들은 휴가철 성수기에 찾아도 바가지요금을 물리지 않는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한옥,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 숙소 형태도 다양하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각 마을의 위치와 특징,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농협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다.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주민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고 농가 5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운영 실무자는 농촌관광 관련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며 방문객을 맞을 편의시설과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농협은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 뒤에도 운영 프로그램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년 재평가를 통해 업데이트한다. △뛰어난 이용 편의성 △훌륭한 체험 프로그램 △깨끗한 식당·숙박시설 등 조건을 까다롭게 평가해 일정 수준을 넘기지 못한 곳들의 팜스테이 마을 지정을 취소한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팜스테이 위치와 특성,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해 가고 싶은 마을을 고를 수 있다. 팜스테이마다 다른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다양한 지역에 펼쳐져 있는 만큼 주변에는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어떤 체험이 재미있을지 생각하고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뿐 아니라 농협 농촌사랑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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