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역 앞 ‘랩 오브 파리바게뜨’는 공상과학(SF) 영화 속 매장처럼 보인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구현한 영상 너머로 진열대와 제빵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투명한 유리 위에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OLED를 매장 곳곳에 활용했다는 게 파리바게뜨의 운영사 SPC의 설명이다. 투명 OLED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유리창을 대체할 정도로 투명도가 높으면서 얇고 가볍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간판이었다. 55형 투명 OLED 6대를 가로로 이어 ‘대형 투명 간판’을 구현했다. 매장 벽면은 투명 OLED 22대를 연결한 ‘투명 아트월’로 꾸몄다. 매장 한가운데엔 투명 OLED로 장식한 ‘스마트 진열대’가 자리 잡았다. 이 진열대를 통해 시그니처 상품인 ‘판교 호감 샌드’를 광고하고 있었다.
진영운 LG디스플레이 투명 OLED 태스크 책임은 “투명 OLED는 주목도가 큰 게 장점”이라며 “미래 지향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PC 관계자는 “투명 OLED 덕분에 ‘판교 명소’로 꼽히면서 일반 직영점 대비 매출 두 배를 기록 중”이라며 “투명 OLED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투명OLED는 매장 사이니지뿐 아니라 모빌리티, 건축, 홈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LG디스플레이는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요즘 백화점 등 여러 대형 매장과 투명OLED 설치를 논의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5년 투명 OLED 개발·생산을 하다가 2016년 대형 OLED 생산을 중단하면서 관련 사업을 접었다. 다만 향후 사업 진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용화된 투명 OLED 제품은 없지만, 연구소에서 연구개발(R&D)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투명 OLED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력으론 아직 투명 OLED 생산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시장이 커지면 뛰어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투명 OLED 시장은 올해 1000억원 안팎에서 2025년 3조원, 2030년 12조원 등으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판교=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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