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꿈나무들 "프로 언니들과 라운드 꿈만 같았죠"

입력 2022-06-21 17:27   수정 2022-06-22 00:28


21일 경기 포천힐스CC 가든코스 1번홀. 클럽하우스에서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승 보유자인 김수지(26)만 따라다니던 여섯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커졌다. 티박스에 올라선 김수지의 셋업 자세와 빈 스윙, 피니시 모습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기 위해서다. 눈동자의 주인공은 아마추어 골퍼 현세린(13), 주다예(16), 박서령(18).

이들은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가 이날 개최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2 테일러메이드 드림 챌린지’ 덕분에 톱랭커 김수지와 같은 조에서 골프를 치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이 대회는 김수지를 비롯해 송가은(22), 허다빈(24), 곽보미(31) 등 KLPGA투어 프로 30명이 14세 이상 아마추어 골퍼 90명과 ‘4인 1조’를 이뤄 경기하는 프로암 대회다. ‘미래의 고진영’들에게 ‘롤모델과의 동반 라운드’ 경험을 안겨준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의 특별한 프로암 대회다.
“골프 꿈나무 키우자” 의기투합
이날 행사는 테일러메이드와 한국경제신문사, 포천힐스CC가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대회 주최 측과 프로골퍼가 함께하는 기존 프로암 대회보다 의미 있는 형태로 운영해 보기로 한 것. 그에 걸맞은 상품도 준비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국가대표 임지유(17)였다. 김민서(17)와 3차 연장전 끝에 승리하며 오는 24일부터 포천힐스CC에서 열리는 KLPGA 정규 대회인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출전권을 따냈다. 여기에 테일러메이드 클럽 풀세트와 액세서리, 의류 등을 지원받는 ‘팀 테일러메이드’ 자격도 얻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콜린 모리카와, 박성현, 유해란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포천힐스CC는 1년 무제한 이용권을 제공한다.

포천힐스CC는 이날 젊은 골퍼를 위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스타트 광장 앞에는 흥겨운 팝음악이 4개의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바로 앞 연습 그린에서 퍼터를 잡은 한 아마추어 참가자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김태규 테일러메이드 부장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선수와의 동반 라운드에 긴장할 것 같아 ‘경기를 즐기라’는 의미에서 신나는 음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만난 아마추어 선수들은 하나같이 “감사하다” “영광이다”란 말을 쏟아냈다. 톱랭커와 동반 라운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데다 우승하면 정규투어 출전권을 얻을 수 있어서다. 우예슬(16)은 “국가대표가 아니면 정규투어에 맞게 세팅된 코스를 밟아볼 기회가 거의 없다”며 “이번 대회에 참가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주다예는 “김수지 프로님과 같은 조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대박!’이라고 외쳤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규투어 코스, 정말 다르네요”
이날 선수들에게 지급된 키트에는 ‘경기 중 어드바이스 절대 금지’란 문구가 붙었다. 투어 프로들의 작은 조언 하나에도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다빈(24)은 “실전 경기인 만큼 직접 팁을 줄 수는 없었다”며 “대신 먼저 시범을 보이는 식으로 코스 공략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선수의 샷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세린은 “김수지 프로님의 아이언샷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오늘 지켜본 그대로 연습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조은혜 프로와 한 조에서 경기한 강솔(15)은 “투어 프로들은 코스에서 걷는 모습부터 다르더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멘탈을 유지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제가 멘탈이 약한 편인데 오늘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역시 정규투어 코스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양효진(15)은 “그린 스피드가 빨라서 어려웠다”며 “평소보다 스코어가 덜 나와 아쉽지만 프로의 코스를 경험하고 나니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할지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이날 연장 끝에 준우승한 김민서는 “러프가 정말 어렵고 전장이 길어서 평소보다 샷감이 떨어졌다. 우승은 놓쳤지만 정규투어 코스에서 대회를 치러본 것으로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라며 웃었다.

이날 행사는 투어 프로들에게도 뜻깊은 행사가 됐다. 송가은은 “어린 친구들과 경기하면서 나의 아마추어 시절을 생각했다”며 “추억여행을 한 기분”이라고 했다. 김수지는 “나보다 드라이버를 더 멀리 친 선수도 있더라”며 “꿈나무 친구들에게 좋은 자극과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 유소년 꿈나무 육성을 위한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임헌영 테일러메이드코리아 대표는 “골프 꿈나무들이 투어 프로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배우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를 선물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며 “한국 유소년 꿈나무 육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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