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경찰 독립성을 훼손하는 퇴행적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유례를 찾기 힘든 집단행동 조짐마저 감지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커진 수사권 오남용을 막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장치”라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경찰국(지원조직)을 통해 행안부 장관이 갖고 있는 총경 이상 775명의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경찰 인사권을 확보해 경찰 조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민정수석실과 경찰청장이 논의해 경찰 고위직 인사안을 짜면 행안부 장관은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식이었다. 경찰 내부의 이 같은 ‘밀실 인사’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게 행안부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이 권고안이 채택되면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의 지원을 받아 경찰청장이 추천한 인사안을 면밀히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권을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권과 함께 감찰과 징계권 강화를 통한 경찰 통제 방안도 제시됐다. 권한 남용, 부패 방지를 위해 경찰 자체 감찰을 우선 강화하되 이것만으로 부족하면 감사원 등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자문위는 징계권과 관련해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고위직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자문위는 또 이번에 논의하지 못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경찰제도 발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일선 경찰도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찰 조직 내 노동조합 역할을 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는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독립성, 민주적 견제 원칙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가 표방하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자칫 ‘정치적 통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권고안에는 자치경찰제 실질화 등 경찰개혁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찰을 대통령-행안부 장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로 편입해 경찰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 반발에 대해 ‘검찰도 법무부 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경찰도 예외를 둬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정치화 등 혹시 모를 수사 일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안부 관할로 둬 적절한 견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호/구민기/장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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