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폭 24㎞ 길이 78㎞의 해상 통제가 시작됐다. 최대풍속은 초속 4m에 불과했다. 제주 남쪽 해상에 장마전선이 발달했지만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 앞바다 고도 30㎞까지 낙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발사 1시간 전. 발사 운용 최종 점검이 시작됐다. 누리호를 우주로 인도하는 전자탑재체(에비오닉스)의 전원이 켜졌다. 누리호를 감싸고 있는 높이 48m 엄빌리컬타워에서 연료인 케로신(등유)과 산화제(액체산소) 충전이 끝났다. 앞서 교체한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센서는 이상이 없었다. 발사체 기립장치가 철수하고 관성항법유도시스템의 정렬이 시작됐다. 곧이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누리호가 허공에 뜨는 순간 75t 엔진 4기가 묶여 균일한 추력을 내는 방향제어(짐벌링) 기술이 작동했다. 1단 발사체 제작 기술이 우리 손으로 완성됐음을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연구원과 취재진이 밝은 섬광 속에서 확인했다. 이날 발사 전까지 75t 엔진 33기로 200회에 가까운 반복 시험을 거친 학습효과가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발사 123초 뒤 고도 62㎞에서 초속 1.8㎞의 속도로 1단이 분리됐다. 일반 여객기 속도(초속 250m)의 7배 이상이다. 1단 엔진이 연소되는 동안 초당 사용된 산화제와 연료량은 무려 1t이 넘는다.
고도 202㎞(발사 후 227초)에서 위성 덮개(페어링)가 분리됐다. 2·3단 분리에 앞서 페어링을 분리하는 이유는 발사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고도 273㎞에서 2단이 초속 4.4㎞ 속도로 분리됐다. 폭약을 장착한 1-2단 인터스테이지, 2-3단 인터스테이지가 차질 없이 폭발하며 단 분리가 이뤄졌다.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을 실은 3단이 홀로 비행하며 가속을 시작했다. 오후 4시14분34초 성능검증위성이 3단에서 분리됐다. 관제센터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엔 연구진이 외치는 함성과 박수가 섞여 있었다. 옅은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연구진은 성공을 직감한 듯 동료들과 포옹하고 관제화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번 발사에는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태평양 도서국가인 팔라우 추적소에 있는 첨단장비가 총동원됐다. 반경 3000㎞까지 발사체를 추적해 실시간 위치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추적레이더와 최대 2000㎞까지 발사체의 비행 궤적, 동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메트리)가 가동됐다. 발사 후 42분23초. 남극 세종기지에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가 수신됐다.
궤도에 오른 성능검증위성은 자세를 잡고 태양을 향해 정렬하는 ‘선포인팅’ 과정을 발사 후 4시간에 걸쳐 수행한다.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며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궤도에 오른 뒤 만 7일째가 되는 날까지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주요 장비들의 시험 운용이 완료된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대해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2년 처음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완전한 자체 우주 탐사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달탐사선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첫 단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고흥=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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