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신탁의 전통 강자' 한토신…종합부동산금융회사로 진화

입력 2022-06-22 17:41   수정 2022-06-22 17:42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디벨로퍼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조합의 금융 파트너로 은행과 증권사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부동산 신탁사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아래 잠재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1996년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부동산신탁사다. 국민 제1의 자산인 부동산을 ‘믿고 맡기는(信託)’ 곳이다. 토지 소유자에게 부동산을 위탁받아 개발하는 토지신탁은 물론 재건축·재개발을 담당하는 도시정비사업, 오피스 등 건물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으로 업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며 종합부동산금융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초 설립, 최초 자산 규모 1조원 돌파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맡기려면 신뢰와 안정성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토지신탁의 강점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성이다. 한국토지신탁은 1996년 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이르다. 당시 한국토지공사(현 LH) 전액 출자로 출발해 2010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민영화했다. 2001년 국내 최초로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자산관리회사(AMC) 겸업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2017년 업계 최초로 자산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한국토지신탁 골프단을 창단하며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서울 역삼동 코레이트타워에 새 둥지도 마련했다.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은 전체 신탁사 중 가장 많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 역시 같은 기간 8482억원으로 가장 많다.
◆토지신탁의 전통 강자
한국토지신탁은 ‘토지(개발)신탁의 전통 강자’로 불린다. 토지신탁은 부동산 개발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한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맡기면 자금 조달과 공사 발주, 관리 및 운영 등을 대신하고 발생한 수익을 토지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토지신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탁사가 공사비 등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 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을 ‘차입형 토지신탁’이라고 한다. 반면 사업비 조달은 위탁자가 하되 신탁사는 자금 투입 없이 사업과 공정, 분양관리 등을 대행해주는 사업 방식을 ‘관리형 토지신탁’이라고 부른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43개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다른 사업과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2017년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32%까지 떨어지면서 사업 집중도를 분산했다. 반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같은 기간 346억원에서 81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신탁사 자금력·노하우에 관심
최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요약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태’가 불거지면서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신탁사의 오랜 부동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노하우를 발휘해 공사비 용역비 등에서 불필요한 비용은 절감하면서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상품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사는 금융회사로서 공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토지신탁은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어 해당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 신탁 방식 최초 대규모 사업장인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2267가구) 재건축 정비사업이 사업 대행 완료 고시를 받았다. 사업 전 기간에 걸쳐 신탁 방식 재건축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모범 사례다. 신탁 방식으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로는 첫 사례다. 최근에는 서울 봉천1-1구역 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대행자로 지정·고시받았다. 이 사업지는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시행착오를 겪다가 10년 만인 2019년 11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조합원들은 투명하고 신속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적용하기로 총회에서 의결했다. 지난해 11월 관악구로부터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지정·고시받았다.

한국토지신탁은 수도권에서만 14개 사업장(1만4965가구)의 사업시행자 및 대행자로 지정·고시를 완료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리츠·투자사업 등 사업 다각화
리츠와 투자사업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리츠 운용자산 규모는 2019년 3863억원에서 지난해 1조9438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초 자산 포트폴리오 역시 주택 중심에서 오피스 빌딩과 물류센터로 확대하고 있다. 2025년까지 리츠 운용자산 규모를 5조3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선두 부동산신탁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전략TF팀’을 신설했다. 급변하는 산업과 기술 환경 속에서 토지신탁과 같은 기존 업무영역 외에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고객의 자산 가치를 키우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금융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박종필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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