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봉훈 청장은 22일 오후 인천 송도에 있는 해양경찰청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해경이 법적 판단을 바꾸었거나 말 바꾸기 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수사의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등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정 청장은 "사건 초기에 국방부의 '월북 판단'과 자체 확인 정보에 따라 월북으로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양경찰의 자체 정보판단 근거는 수사관 3명을 합동참모본부로 보내 특별취급정보(SI)의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발표내용과 유사한 정보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종자의 월북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소송법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방부에 다녀온 경찰관들을 조사했으나 군사기밀보호법 등 법적 제약으로 진술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에도 국방부에 SI 정보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받지 못하는 등 결국 월북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형사소송법상 증거확보가 불가한 점과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의 소송 실익 등을 종합해 사건을 종결하게 됐다.
그는 "해경 수사 발표로 많은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하게 한 것에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수사 결과에 대한 법리적 판단에 대해서는 법적 잣대로 판단해주시길 바라며 유가족분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의 이날 입장 발표는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들과 만난 뒤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TF는 이날 해경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국민·유족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정 청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하태경 위원장과 국민의힘 TF 위원들은 이날 진상조사에서 "이번 사건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며 해경을 강하게 비판했다.
해경은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씨(사망 당시 47세) 씨에 대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의 월북 의혹 자료와 당시 조류의 방향, 도박 빚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경은 지난 16일 최종수사결과 발표에서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결과를 번복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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