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금융충격 땐 보험사 30% '직격탄'

입력 2022-06-22 17:42   수정 2022-06-23 01:36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면 보험사 51곳 중 16곳의 자본비율이 금융당국의 감독 기준을 밑돌 것이란 한국은행 진단이 나왔다. 심각한 금융위기 발생 시 보험사의 30%가량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면 보험사 51곳 중 16곳(31.3%), 증권사 44곳 중 4곳(9%)의 자본 비율이 금융당국의 감독 기준을 밑돌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이상 △코스피지수 1950 이하 △경제성장률 0.6% 이하 △국고채 금리 연 5.8% 이상 등 네 가지 상황이 동시에 닥쳤을 때를 ‘심각한 충격’으로 가정했다.

실제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자산이 많은 증권사와 보험사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시장금리가 1~2%포인트 오를 경우 증권사는 1조6000억~3조3000억원, 보험사는 36조~72조원의 평가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주가가 20% 하락하면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4조9000억원, 9조2000억원의 주식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동성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증권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단기 차입 비중이 높아 차환 리스크가 크고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채무보증 이행 등에 따른 추가 유동성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한은 전망이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여신 전문 금융회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자산의 부실화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금융회사는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인 취약층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여신 전문 금융회사의 취약층 대출 규모는 각각 46조원과 7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개별 기관의 잠재 리스크와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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